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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앙임상위, “증세 가벼운 코로나19 환자 ‘자가격리 치료’ 전환하자”

등록 2020-02-26 19:26수정 2020-02-26 20:16

확진자 치료하는 의료진 기자회견 열어

중국 사례 보면 ‘가벼움’ 환자가 80%
이들 가운데 숨진 이는 한 명도 없어
“의료자원 효율적 운용해야 많은 환자 구해”
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오명돈 위원장(맨 왼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오명돈 위원장(맨 왼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26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자가격리 치료’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확진자를 치료 중인 의료진으로 꾸려진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위원장 오명돈)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의 경우 비교적 중증이라 할지라도 병원에서 산소치료 등 적절한 치료만 있으면 사망에 이르지 않는다”며 경증 환자의 자가격리 치료를 주장했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중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해 사망자 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증도에 따라 집과 병원 나눠 치료할 필요” 중앙임상위는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은 자택 등에서 자가격리 치료를 하고, 중증이거나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만 의료기관에서 집중 치료하자고 제안했다. 경증 환자는 건강상태를 지켜보거나 해열제, 항바이러스제 등을 쓰면서 집에서 자가격리 치료를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제안의 근거는 지난 17일 중국 질병관리센터가 내놓은 ‘중증도에 따른 치사율’ 자료다. 중국의 코로나19 환자 4만6천여명을 분석한 이 자료에서 병의 정도가 ‘가벼움’인 환자는 전체의 80.9%(3만8160명)에 이른다. ‘중증’은 13.8%(6168명), ‘심각’은 4.7%(2087명)다. 이 가운데 상태가 ‘심각’인 환자만 사망했고 ‘가벼움’과 ‘중증’인 경우에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오명돈 위원장은 “지금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 모든 의료시설이 다 이들로 채워진다”며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자가격리 치료로 전환하고, 폐렴이 있고 중증인 환자는 2·3차 의료기관, 심각한 환자는 인공호흡기 등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대학병원 등으로 각각 배정해 사망률을 적극적으로 낮추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밀려드는 환자를 적절히 치료해서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다. 현재 5000개 병상이 준비됐다고 들었는데 (중국 사례를 참조할 때) 증세가 가벼운 환자(전체의 80% 정도)가 집에서 지내면 2만명까지 감당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중앙임상위는 입원 치료에서 자가격리 치료로 전환할 수 있는 환자의 조건도 제시했다. △환자 상태가 중증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환자가 남한테 질병을 옮기지 않을 만한 여건이 되며 △혹시 주변 사람을 감염시키더라도 주변인의 건강상태가 좋아 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적고 △최악의 경우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도 이를 확인해서 보건 당국에 신고해줄 사람이 있는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만 집에서 자가격리 치료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 분리된 방이 2개 이상이어서 다른 가족 구성원한테 전파할 확률이 낮은지, 동거인이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 등 감염 방지 에티켓을 숙지하고 있는지, 별다른 호흡기나 심장 질환이 없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된다. 방지환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은 “(환자가 급격히 늘어) 중증 환자가 입원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네 가지 조건이 맞으면 (경증 환자는)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임상위는 이런 의견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에 전달했고,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전해졌다.

사망자 대부분 기저질환 심각 이날 중앙임상위는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장기 입원한 환자 7명을 비롯해 코로나19 감염 뒤 사망한 환자들의 사망 시 건강상태도 설명했다. 이들은 청도대남병원에 있었던 7명의 경우 모두 폐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코로나19에 걸리기 전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랜 투병생활로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코로나19에 감염돼 폐렴이 급속도로 진행됐고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연 환기가 어려운 폐쇄병동의 특성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신종감염병 보고 사례는 거의 없다”며 “정신병동은 입출입 관리를 하고 있어서 감염균이 들어오기 어렵지만, 일단 어떤 계기로 들어오게 되면 전염성 호흡기 질환의 경우 전파력이 더 클 수 있다. 정신과 특성상 (환자의 증상) 표현이 잘 안돼서 감염 조기 진단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청도대남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사망자 4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임상위는 4명 가운데 3명의 건강상태 역시 만성신부전, 폐 등 기저질환, 면역력 저하 등으로 불량했으며 코로나19 감염 뒤 질병이 급속히 진행·악화돼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3번째 사망자인 40살 남성은 기저질환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나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중앙임상위는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 등 임상 정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망자는 숨진 뒤 부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화장되는 바람에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게 됐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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