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친구 아버지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갑자기 열이 나고 기침도 납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국가방역체계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 2015년 6월, 전북도청 보건의료과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북 고창군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ㄱ씨는 여의도 성모병원을 다녀온 후 자신에게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전북도청 보건의료과는 즉시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전북도청 보건의료과에서 신고내용을 전달받은 고창군 보건소 관계자가 연락하자, ㄱ씨는 “지금은 열이 내렸다”며 방문조사를 거부했다. 고창군 보건소 직원과 경찰이 입원·격리를 위해 알려준 주소로 직접 출동까지 했으나 ㄱ씨를 찾을 수 없었다. 가짜주소였기 때문이다.
결국 고창군 보건소와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 실제 주소를 파악하는 등 4시간의 수색 끝에 ㄱ씨를 붙잡았다. 건강진단 결과 ㄱ씨가 메르스에 걸리지 않았을뿐 아니라 여의도 성모병원에 방문한 적도 없었다. 조사해 보니 ㄱ씨는 음주운전이 적발된 상황에서 벌금 집행과 보호관찰을 피하기 위해 허위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허위신고·허위사실 유포·역학조사 방해·마스크 매점매석 등에 대한 엄벌 방침을 세운 상태다. 과거 메르스 때의 판례를 살펴보면, 본인에게 감염병 증상이 있다고 허위신고를 하는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실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ㄱ씨가 감염병 증상을 보인다며 허위신고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다. 1심은 ㄱ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허위신고로 경찰과 보건소 직원들이 4시간 동안 수색을 해 행정력의 낭비가 초래됐다”면서 “메르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의 벌금 집행과 보호관찰을 피할 목적으로 혼란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판단했다. 다만 감염병예방법 위반죄는 실제 역학조사의 대상이 되는 감염병 환자에게만 적용된다고 봐 무죄로 판단했다.
특정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2015년 6월 경기도 평택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ㄴ씨는 학부모들과 함께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ㄱ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의사와 간호사 모두 검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ㄱ병원 간호사가 친구의 아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ㄱ병원에는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적이 없었고, ㄴ씨의 친구의 아내도 ㄱ병원의 간호사로 일한 적이 없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ㄱ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메르스 환자가 급증하여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상당한 불안감을 주었다”고 판단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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