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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침엔 찔루·하늘타리가 좋당께유“…전통마을이 전하는 생물이야기

등록 2020-03-05 14:13수정 2020-03-05 14:17

변산·덕유산·내장산 주변 마을 136곳 전통지식 모아
한 전통마을의 주민들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에게 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동·식물 활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한 전통마을의 주민들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에게 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동·식물 활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전북 무주 길왕마을에서는 ‘찔루(찔레)나무 열매’는 기침약으로 통한다. 찔레 열매를 따 푹 삶은 물을 꾸준히 먹이면 기침이 가라앉는다는 민간요법은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지식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전북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 100종에 얽힌 전통지식을 모은 변산과 노령이 전하는 생물이야기>를 6일 발간한다고 밝혔다. 전통지식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며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유지해온 개인·지역사회의 지식·기술·관행 등’을 말한다.

생물자원관은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생물을 이용한 전통지식을 발굴해 기록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2018년에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있는 전남 신안, 진도, 완도 지역의 전통지식을 담은 <남도인의 삶에 깃든 생물이야기>를 펴낸 바 있다.

찔레나무.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찔레나무.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지난해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변산반도·덕유산·내장산 국립공원 인근 마을 136곳을 돌며 ’동·식물 활용법’에 관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그렇게 발굴한 3342건의 전통지식 중 해당 지역 나름의 향토색을 지닌 100가지 이야기만 고른 뒤 사진, 고문헌 내용 등을 곁들여 책자에 담았다. 각 마을에서 쓰이는 명칭이나 방언 표현을 최대한 살려 썼다.

하늘타리. 국립생물자원관
하늘타리. 국립생물자원관

책 내용을 보면, 하늘타리와 다래도 기침 등 기관지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인 하늘타리의 줄기에서 나오는 수액은 천식, 백일해(백일 넘게 아주 오래 하는 기침), 가래 등 증상 완화에 좋다고 나온다. 도라지에 배, 하늘타리 열매, 배암차즈기(습한 데서 자라는 두해살이풀) 등을 함께 넣고 달인 물을 마시면 효과가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깊은 산 숲 속에 있는 다래(낙엽활엽 덩굴식물)의 활용법은 다양하다. 줄기는 도라지·배와 함께 끓인 뒤 기침할 때 먹고, 뿌리에서 나오는 수액은 모아 몸보신 음료로 마셨다. 봄 다래의 덩굴 껍질은 엮어 소쿠리를 만들고, 가을에 익은 열매는 달고 맛있어 그 채로 따 간식으로 먹는다.

다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다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탱자나무 열매를 달인 물은 기침, 가래뿐 아니라 두드러기가 났을 때 몸에 바르기도 했다. 민물 가재는 해열제로 쓰였는데, 삶은 가재를 통째로 찧은 뒤 즙을 내 열나는 아이에게 먹였다. 귀가 애리면(붓고 아프거나, 곪는다는 뜻의 사투리) 논우렁이를 구워 배어 나온 물을 솜에 적신 뒤 귀 안에 넣었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도시화로 대가 끊길 상황에 놓인 전통지식의 명맥을 잇고, 우리 자생종의 활용법을 미리 기록해 한국에선 이미 쓰이는 ‘전통지식’에 대해 다른 나라가 ‘특허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대비하는 취지로 매년 다른 지역을 조사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이런 전통지식이 실제 병증 완화 등의 효과가 있는지는 앞으로 별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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