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아버지 진단부터 입원까지 내내 답답…환자가족과 정보공유 했으면”

등록 2020-03-11 05:00수정 2020-03-11 07:15

코로나19 중증환자 가족 ‘애타는 마음’

대구 거주 아버지 확진·자가격리 중 악화
병상 배정 안돼 서울 자녀가 당국에 계속 전화
겨우 입원했지만 폐 염증 심해져
전원 여부도 경과도 바로 알길 없어 ‘발 동동’
9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대병원 응급실에서 한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은 채 병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대병원 응급실에서 한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은 채 병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귀하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양성(확진)입니다.”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서울에서 마케팅 일을 하는 임유연(가명·31)씨가 10일, 대구에 거주하는 아버지(65)와 어머니(62)가 지난달 28일 보건소에서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임씨의 어머니는 상대적으로 경증이고, 아버지는 1주일 전부터 증상이 악화된 중증환자다.

안 그래도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이 걱정됐던 임씨에게 두분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대구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를 우선적·집중적으로 점검해야 했던 여파인지, 그와 무관한 두분이 진단검사를 받고 병원에 입원하기까지의 과정은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중순께 기침과 발열이 있었던 아버지는 감기 기운이라 생각하고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며칠 복용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31번째 환자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로 확인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대구 지역 환자가 폭증하면서 아버지도 걱정이 커졌다. 지역 보건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물으려 했지만 전화는 계속 먹통이었다. 부모님은 부랴부랴 보건소에 직접 찾아가 검사를 받았고, 이튿날 두분 모두 문자로 확진 소식을 들었다. 문자에 담긴, 자가격리를 하라는 안내에 따라 집 안에서 머무르며 병상이 나기를 기다렸다. 자가격리 둘째 날인 지난달 29일 택배로 생활수칙과 약(진해거담제)이 도착했다. 그사이 아버지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다.

부모님 상황을 전화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임씨는 애가 탔다. 아버지 상태가 악화돼 한시가 급하다며 보건당국과 대구시에 계속해서 전화를 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배정하는 건 보건당국의 몫이지만 이들이 자가격리 중인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1일 오후 4시가 돼서야 아버지는 구급차에 실려 충남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증인 어머니는 이날 밤늦게 같은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입원 직후부터 아버지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임씨는 “엑스레이를 찍어본 의료진이 저와 통화할 때 아버지 폐에 염증이 심각해서 위중하다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지금 1인 집중치료실에서 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산소 치료는 스스로 호흡은 할 수 있지만 폐렴 등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환자에게 시행하는 것으로, 아버지는 매일 2~3리터가량의 산소를 주입받는다.

의료진은 지난 2일 임씨에게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공급)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에크모는 호흡이 어려운 환자의 폐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로, 산소치료를 받는 환자보다 더 위중한 사람에게 쓰인다.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는 이 장비가 없다. 하지만 병원을 옮긴다면 언제 어디로 옮길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에크모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빨리 옮기고 싶은데 그게 가능한 건지 누구도 임씨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병원에서 전원이 어렵다는 최종 결론을 들은 것은 그로부터 사흘 만이었다. 그나마도 아버지의 상태와 전국의 병상 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거나 하는 이유는 듣지 못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7일부터 상태가 호전돼 전화 통화는 가능해졌다.

10일 현재 코로나19 중증으로 분류된 환자는 80명, 대구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는 1422명이다. 약 1500명이 임씨와 그의 아버지 같은 상황을 겪을 가능성에 놓여 있는 셈이다. 임씨는 “의료진이 고생하고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중증환자 가족들은 환자 면회도 안 되고 직접 연락하기도 어렵다”며 “보건·행정 당국과 중증환자 가족들 사이에 정보 공유가 제대로 좀 되면 답답함이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