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아무개(27)씨가 최근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게 나눈 보건용 KF94 마스크 세 장. 김씨 제공.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아무개(27)씨는 최근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게 보건용 케이에프(KF)94 마스크 세 장을 건넸다. 관리사무소에 방문했다가 경비 노동자들이 마스크 두 개로 일주일을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서다. 김씨는 “경비원님이 밖에서 분리수거하거나 아파트 주변을 청소하면서 마스크가 금방 까매지면서도 새 걸 쓰기 아깝다고 해서 드렸다”며 “저희 또래는 약국 알림이나 인터넷 등으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감사하다고 하시니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보다 좀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과 주변에 마스크를 나누는 따뜻한 모습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마스크가 자칫하면 발생할 수 있는 이웃 간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용역업체나 아파트로부터 마스크를 받지 못하거나 ‘마스크 5부제’ 정책에도 퇴근 시간으로 인해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비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눔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경비아저씨에게 마스크 드리고 왔어요”, “오늘도 마스크 5장 관리실 아저씨들께 기부”, “저도 경비아저씨께 마스크 선물했어요” 등이다.
강원도 원주에 산다는 한 누리꾼은 네이버 카페에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은 못 돌고 있지만 경비원과 택배 기사에게 배송시킨 마스크 한 장씩을 나눠드렸더니 고마워하시더라”라며 “나누니 두 배의 행복이 온다”고 밝혔다. 아이 셋을 둔 한 ‘맘카페’ 회원도 “많지 않지만 경비아저씨께 마스크를 나눠드렸다”며 “마스크 양이 조금 여유 있으면 마음 표현하기를 시도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갑자기 마음의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계속 돌아다녀야 하는 배송 직원이나 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도 나눔의 손길이 닿고 있다. 송파구의 한 주민은 “이 시국에 신용카드를 일일이 전달해야 하는데 (배송 직원이) 쓰고 있는 마스크가 소형이더라”라며 “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시길래 집에 있는 대형 마스크 세 장을 드렸더니 너무 감사하다며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더라”라며 안타까워했다. 직장인 문아무개(30)씨는 직장 근처인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던 중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할머니에게 마스크 두 장을 양보했다. 문씨는 “줄을 서면서도 마스크를 못 쓰고 계시길래 그냥 드렸다”며 “재고가 없어도 확인하기 힘든 노인분들을 위해 마스크를 (노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제공하는 등 별도의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휴원 연장이나 재택근무로 발생하는 층간소음의 해결책에도 마스크가 활용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 ‘친정 윗집에서 마스크를 줬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는 “윗집 주민이 ‘애들이 어린이집에 안 가는데 조용히 시킨다고 해도 너무 죄송하다’며 며칠 전 마스크 한 박스를 가져왔다고 들었다”며 “어머니도 마스크가 귀하니 사양하다가 결국 받았다더라”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해당 글에 “따뜻한 에피소드로 마음이 훈훈하다”, “저도 옆집에서 열장 받았다” 등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