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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문] 변희수 하사와 숙대 합격생이 서로에게 쓴 손편지

등록 2020-03-17 04:59수정 2020-03-17 07:53

[차별금지법은 함께살기법] ② 성소수자 차별
법학도 지망생 한주연(가명)이 예비역 하사 변희수에게 쓴 손편지. 한주연 제공.
법학도 지망생 한주연(가명)이 예비역 하사 변희수에게 쓴 손편지. 한주연 제공.

예비역 하사 변희수와 법학도 지망생 한주연(가명).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22살 동갑내기인 이들이 겪어온 고통의 길과 앞으로 그려나갈 희망의 풍경은 겹친다. 둘은 모두 ‘남성의 몸에 갇힌 여성’으로 오랜 시간 내면의 고통을 겪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금단’을 깨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냈으며, 혐오에 부딪혀 넘어졌다. 한주연은 숙명여대 법학부의 2020년 신입생으로 합격했다가 반대 여론에 떠밀려 지난달 입학을 포기했다. 변희수는 지난 1월 “대한민국의 군인이 될 기회를 달라”며 눈물의 거수경례를 했으나 군에 의해 강제전역됐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균열’은 유효하다. 변희수가 눈물을 흘린 그날, 군은 군대 내 성소수자의 공존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고 한주연이 입학 포기를 선언한 그날, 대한민국은 성소수자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논쟁하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산산조각 난 마음을 이어붙이고 있는 두 사람을 설득해 서로를 위한 편지를 부탁했다. 한주연과 변희수는 단단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한 희망을 넘어, 우리 사회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두 차례 오간 편지 전문을 싣는다.

1. 법학도 한주연(가명)의 첫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하사님.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요즘, 건강은 괜찮으신지 걱정됩니다. 기자회견 이후로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저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이렇게나 무서운지, 무심코 던져진 것 같은 댓글 한줄 한줄이 이렇게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 드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저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기사 몇 줄만으로 제 생활을 추단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고 괴로웠습니다. 거짓된 내용을 퍼트리는 행동을 보면서 암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저는 익명 속에 가려져 있지만, 실명과 소속까지 모두 공개하시고 그 모든 모욕을 홀로 감내하셔야 했을 고통을 생각하니 속상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쏟아졌던 관심들은 일개 개인으로서 감당하기 많이 힘들었고, 하사님도 그러셨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원의 메시지를 봐도, 괜찮다는 생각을 마음에 되새겨도, 마음이 조금씩 깎이고 남아서,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피할 방법이 없더군요. 숫돌로 칼이 날카롭게 벼려지듯 조금씩 깎이던 마음이 결국 스스로를 찌르는 칼이 되었고, 이런 제가 망망대해에 아무도 없이 홀로 내던져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하사님의 어려움을 온전히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격체로서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분명히 알았습니다. 저희와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너희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니 공포와 두려움이 덜어지고 희망과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그런 연대의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저를 한 걸음 성장시킬 기회로 이번 일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힘든 일들을 겪으며, 한 발자국 물러나 마음을 다스리며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모든 정체성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읽고는, 나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자기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려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듣고 배운 것도 다르니,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헤아려야 하며, 오직 단 한 가지의 정답만이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찾아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번 기회로, 우리 사회가 다양성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삶을 존중할 수 있기를, 다름을 배척하지 않는 사회가 구성되기를,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두려움이 포용으로 바뀔 수 있기를….

이번 일을 통해 연대해주시는 분들이 저를 비난하던 주요 집단들에 대한 원망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러한 무례한 언사를 들어야 하는가, 저렇게 조직적으로 저를 혐오하는 세력들을 바라봐야 하는가. 그렇지만, 저를 혐오하는 세력들을 똑같이 근거 없는 비난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물을 상대하다 보면 괴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처럼, 그들의 대응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단지 혐오와 분노만을 추가로 생산할 뿐,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인간으로 대우를 받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그들을 인간으로서 대우해야만 궁극적으로 우리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아직도 밤중에 휴대전화가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고, 저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글이나 기사는 읽지도 못하겠고, 가만히 있다가도 “다른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운 감정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겠다고도 생각합니다. 만약 이러한 일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하는 가정은 저에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 둘이 한 일은, 평범한 일상을 살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아직 사회는 저희의 평범한 일상을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슬프고 힘든 일이지만 지금이 아니었다면 미래에 누군가 겪었을 일이고, 또 똑같이 상처받았을 일입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미래에 다른 분들이 저희의 평범한 일상을 돌려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계속 내주시기를 희망하면서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사실 제일 먼저 전해드리고 싶었던 말은, 감사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먼저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 주시는 용기를 내주셔서, 뒤따를 수 있었다고, 그런 용기가 없었더라면, 저도 이런 용기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누구보다도 훌륭한 군인의 모습으로 씩씩하게 견뎌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곧 봄이 오듯, 삶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라겠습니다.

-평범한 수험생 올림.

예비역 하사 변희수가 법학도 지망생 한주연(가명)에게 쓴 손편지. 변희수 제공.
예비역 하사 변희수가 법학도 지망생 한주연(가명)에게 쓴 손편지. 변희수 제공.

2. 하사 변희수의 첫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지금은 예비역 신분인 육군 하사 변희수입니다. 손편지를 쓰는 것은 육군훈련소에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요! 막상 펜을 드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칩니다.

한창 사건이 진행되고 있을 때 A분(한주연)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기사를 통해 알려지기 전 이미 주변 소식을 통해 A의 합격 소식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사를 보니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이 들었어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를 향해 쏟아졌던 비난, 악플, 욕설, 조롱, 혐오의 화살들이 A에게도 똑같이 향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내가 커밍아웃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A도 자신이 지망했던 학교를 조용히, 그리고 아무 일 없이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A도 들을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요. 물론 ‘정말로 그랬을까?’라는 사실은 영원히 미지수겠지요.

A님 역시 그간 살아오면서 온갖 내적 갈등에 시달리셨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정체성에 대한 엄청난 혼란, 신께서 제 몸을 만드실 때 실수한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전생에 어떤 잘못을 했길래 나한테 이런 일들이 생긴 것일까,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아파트 옥상을 올려다보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도 매일 들었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 이렇게 태어난 내 몸, 기왕이면 의미 있는 곳에 이 한 몸 희생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 고민 끝에 나의 조국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일을 하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렇게 군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군대라는 집단에 속하게 된다면 집단적인 규율 속에서 허튼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중학생 때는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회운동을 하며 지내다가, 빠른 입대를 위해서 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마다하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며 입대 과정을 거쳤습니다. 군대는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자, 내가 고민했던 정체성이 바뀔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군대에서도 제 정체성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피하고 싶은 마음만 커져갔어요. 도피하려 하면 할수록 제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만 더 커져갔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저는 트랜지션을 결심했고, 다행히 저희 사정을 잘 이해해주셨던 주임원사님, 대대장님, 여단장님, 군단장님의 배려 속에 성별 정정 수술까지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사정은… 기사와 매체에서 접하신 대로 흘러가버렸네요.

제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지기 전날, 그러니까 전역위원회 전날만 하더라도 저는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만에 하나 전역 처분이 나더라도 재입대를 하자, 재입대가 안 되면 군무원으로라도 군에 남고 싶다….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제가 정말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냐, 라는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로부터 어느덧 벌써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저는 군대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준비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사소청도 진행하였어요. 복직까지 비는 시간 동안은 제가 그동안 군 생활에 전념하느라 소홀했던 다른 공부들을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복직 이후, 언젠가 시간이 흘러 전역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면 저를 도와주시고 계신 분들처럼 사회 활동가가 되어 제2, 제3의 변희수 또는 A를 지원해주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저는 카메라와 영상 다루는 것을 좋아하니까, 영상 매체를 통해서 사회에 차별 문제에 대해 알릴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언젠가 모두 이루어질 것이라 믿어요. 제 꿈도, A님의 꿈도요.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니다. 죽지 맙시다. 물론 저조차도 이게 매우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죽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어리잖아요? 꼭 살아남아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합시다.

이상으로 편지를 줄일게요.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오늘도 안녕히 계세요.

-예비역 육군 하사 변희수

P.S. 기사가 나가고 저를 위로해 주신 대대 간부님들/용사분들과 같이 동고동락했던 삼계고등학교 동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3. 법학도 한주연(가명)의 두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하사님.

고통의 시간들을 직접 글로 전해주시니 마음이 아팠지만, 당신께서 보여주시는 희망을 보니, 그래도 앞으로의 미래는 밝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됩니다. 죽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말과 같이, 지금까지 한 일보다는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아직 흰 도화지입니다. 그 도화지 위에 무엇이 그려질지는 저희의 행동과 생각이 결정해 주겠지요. 사회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사회는 우리 개인보다 바꿔나가기 힘들겠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던데, 연대해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편지를 읽으면서, 과연 제 꿈은 무엇일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허무한 기대나 생각”이 꿈이니 만큼, 앞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너무나도 적겠지만,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 꿈이라는 것처럼, 그래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능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희망사항이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한 줌 보태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약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그들이 다시 당당하게 사회를 영위할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이 그들에게도 당연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다른 직업도 당연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사회 전체의 공리를 증진할 수 있겠지만, 제가 특별히 변호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법에서 소외된 약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부터 법에 관심이 많아서 법에 대한 공부를 해봤었습니다. 그런데 헌법만 보아도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데, 과연 이 사회는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이런 것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도덕 규범이 법이라는데, 법조차도 약자에게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그래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법적으로라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법조인으로서의 꿈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곳에서 말했듯, 모든 사람이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저부터만 해도 제 신상의 노출을 극도로 삼가고 있고, 다른 분들 생각을 해보면 다들 생업이 있고 자신만의 삶이 있겠지요. 저는 그래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 하는 것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와 ‘너’가 모여서 사회가 되고 세상이 되듯, 내가 먼저 내 소임을 다하고, 그러면서 ‘너’도 바뀐다면,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일도 이런 제 평소 생각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야 수험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대학 합격을 위한 것이 제가 할 일이었고, 그 일을 통해서 주변의 차별적 인식에 돌 하나를 던진 셈이니까요. 물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일이 커져서 좀 당혹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이번 기회가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당신도 사회의 일부 아니겠습니까. 당신이 불행하면, 사회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꼭 희망을 갖고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네요. 마음 속 비도 그치고 어서 해가 나기를 희망합니다.

-평범한 수험생 올림

4. 하사 변희수의 두번째 편지

편지 감사합니다. A님.

답장을 쓰려고 보니,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위로의 말씀을 건냅니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날린 비난의 화살이 마음 속 깊이 박혀 고통받고 있으실텐데… 얼마나 많은 상처가 생겼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하고 제 모습을 세상에 공개한 저 역시도 저와 관련된 뉴스를 보거나 소식을 듣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괴로운 일이거든요. 이미 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고, 또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무턱대고 날린 말이 타인을 죽일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기필코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거라 믿습니다. 언젠가는요. 우리의 조물주께서는 그런 이들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 그런 믿음으로 버텨보아요.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놀려대는 입과 손가락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괜히 이렇게 태어나서 나만 힘들구나 하는 원망도 했었어요. 그런데 사건이 진행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 주변엔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장 저를 도와주셨던 부대 사람들, 또 활동가분들, 그리고 다 드러나진 않았어도 늘 우리와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 우리 곁에도 우리의 편이 많다는 사실을요. 우리와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을 것이라 믿습니다.

혐오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흑인들을 차별했던 아파르트헤이트, 유대인과 성소수자를 탄압했던 나치처럼 혐오는 언젠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혐오가 부끄러운 행위가 되고 오명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스톤월 항쟁처럼 투쟁과 승리로 기억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하고 있는 싸움에 지치지 말아요. 끊임없이 연대하고 함께 투쟁합시다. 혐오는 절대 이길 수 없으며,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걸 기억합시다.

필력이 약해 이만 줄이겠습니다.

승리의 그날까지, A님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예비역 육군 하사 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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