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무급휴직 2주 앞’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들 옥죄는 소파 노무조항

등록 2020-03-17 09:59수정 2020-03-17 17:05

[뉴스AS]
주한미군사령부 “방위비 협정이 타결 안되면 한국인 노동자들 무급휴직”
노동 3권 부정하는 소파 조항…무급휴직 위협에도 저항 못해
2016년 고용노동부 비공개 보고서 “헌법에 위반되는 사항, 대처 필요”
한미 방위비 협상 대표단 협상 모습.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한미 방위비 협상 대표단 협상 모습.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지난달 28일 주한미군사령부가 올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4월1일부터 한국인 노동자 9000여명에게 무급휴직을 시행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방위비분담금 협정 과정에서 주한미군기지 내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 가능성이 거론된 일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구체적 후속 조처까지 통지돼 한국인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무급휴직 통보에 주한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은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한미군에 직접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는 주한미군지위협정(소파·SOFA) 노무 조항을 적용받는데 여기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별다른 저항수단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합 및 고용원 단체는 한국과 합중국의 공동이익에 배치되지 않는 한 고용주에게 승인돼야 하고 △합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하거나 합동위 절차 중 쟁의하면 노조 승인이 철회되고 참가 근로자를 해고에 처하도록 하며 △합동위 절차 중 단체행동을 금하는데 합동위 결정 기한은 따로 정하지 않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우리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소파 규정을 적용받는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들은 국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한국처럼 미군이 주둔해있는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독일은 한국처럼 주둔한 미군이 미군기지 내 자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소파 조항에 주둔군 내 고용 등에 관해 독일 노동법이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독일 소파 조항 중 주둔군 내 독일인 노동자의 법률상 지위에 관한 사항은 소파 보충협정 56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여기엔 “직원조직법상 공동결정제도를 제외하고 독일 노동법이 원칙적으로 전면 적용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주일미군이 들어와 있는 일본 역시 일본 방위성이 주일미군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식으로 파견근로 계약을 맺는 간접고용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기지 내 일본인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를 모두 부담하고 그 대신 자국 노동자에 대한 고용 주체로서 노무관리 권한을 갖는 방식입니다.

한국 정부 또한 한국 소파 노무 조항의 문제점과 개정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겨레>가 정의당 노동본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6년 12월 나온 고용노동부 연구용역보고서에도 소파 노무 조항이 한국의 헌법과 노조법에 배치되게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부정하고 있으며 위헌과 위법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고서에는 “헌법에 위반되는 사항에는 대처가 필요하다. 헌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에도 재교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독일과 같은 접근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향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2017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주한미군사령부 쪽에 “노무 조항 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의 친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주한미군사령부 쪽은 “양국 간 협의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고 현재까지 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보고서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공개 처리된 상태로 아무런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정 논의가 시작되지 못하는 동안 주한미군기지 내 우리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늘어만 갑니다. 손지오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국내 노동법 적용을 못 받는 말도 안 되는 조항이 여전히 그대로 있다. 무급휴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소파 노무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며 “개정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지만 우리 쪽에 의지가 있어야 한다. 2016년 보고서를 비밀로 묶어둔 것을 보면 실제로 개정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참고문헌: 국방정책연구 제35권 제4호:2019년 겨울호 ‘한국과 일본의 주둔미군 지원인력의 노무관리제도 비교 연구’, 신다윗·안석기, 2020년1월9일 게재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