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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치적’ 좀비물로 드라마 ‘킹덤’이 아쉬운 몇 가지

등록 2020-03-21 14:16수정 2020-03-21 14:35

[토요판] 이승한의 술탄오브더티브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

조선 정치·사회 배경 좀비물
정치 코멘터리로 보면 아쉬움
주요 인물 욕망 구체화 ‘부재’

계비, 좀비를 ‘어떻게’ 이용해
권세 누리려는지 보이지 않고
유교 사상 훼손해온 조학주
혈통에 집착하는 어색한 설정

‘피’의 중의적 의미 키워드지만
난리통 겪고도 피의 질서 공고
주지훈은 &lt;킹덤&gt; 시즌2에서 부패한 권력에 칼을 겨누는 세자 이창 역을 소화했다. 주지훈이 들판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바라보는 모습. 넷플릭스 갈무리
주지훈은 <킹덤> 시즌2에서 부패한 권력에 칼을 겨누는 세자 이창 역을 소화했다. 주지훈이 들판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바라보는 모습. 넷플릭스 갈무리

*넷플릭스 <킹덤> 시즌2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13일 넷플릭스가 드라마 <킹덤> 시즌2를 공개한 뒤 세상은 온통 <킹덤> 시즌2에 보내는 찬사로 가득하다. 이미 시즌1 때부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과 좀비물을 근사하게 결합해냈다는 호평을 들어왔던 <킹덤>은, 시즌2에 들어서는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로 출발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품의 완성도도 출중하고, 전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지며 역병에 대한 공포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른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집에 머물면서 콘텐츠 몰아보기가 몇 안 되는 도락으로 주목받는 시기라는 점을 더하면 시즌2에 대한 열광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좀비물의 장르적 공식을 조선시대의 정치·사회 맥락 안에서 풀어냈다는 것 또한 전세계에서 호평이 쏟아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김은희 작가는 전작인 <싸인> <쓰리 데이즈> <시그널> 등을 통해서도 장르물로 사회 비판을 탁월하게 해낸 바 있다. 그런데 <킹덤>은 본격 좀비 장르물로 보았을 때는 이견의 여지 없이 훌륭한 작품이지만, 정치에 대한 코멘터리로 해석하고 읽는 순간부터는 영 아쉬워진다. 특히나 김은희 작가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역량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정치를 추동하는 힘인 인물의 욕망이, <킹덤>에서는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건의 책임 있는 악역들의 욕망부터 살펴보자. 예고편에 등장한, 중전 계비(김혜준)의 대사 “나도 저것들(좀비들)을 이용해 권세를 누릴 것이다”는 보는 이들의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킹덤> 시즌2에서 계비가 좀비들을 어떻게 이용해 권세를 누릴 것인가 하는 내용은 묘사되지 않는다. 보는 이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큼의 설명이나 분량을 할애받지 못한 탓에, 계비는 등장할 때마다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그의 동기를 설명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 영의정 조학주(류승룡)보다 더 거대한 권세를 누리고자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시리즈의 메인 빌런(악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욕망하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설계를 하는지가 보이지 않으니, 결국 그 공백은 보는 사람들이 상상으로 채워넣을 수밖에 없다. 사극에 단골로 나오던 궁중 암투 악역의 클리셰와 ‘남성 중심의 유교사회에서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했던 설움’이라는 설정값을 더해 캐릭터를 이해해보려 하는 순간, 계비는 그 이해의 노력으로도 설명이 쉽지 않은 의외의 결정을 내리며 시즌2의 결말을 부추긴다. 계비는 남존여비라는 시대적 억압에 짓눌린 분노를 상징하는 캐릭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막상 권력을 손에 쥐여줘도 이를 제대로 행사하거나 지켜내지 못하는 탓에 역설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수호하는 일에는 남성이 더 유능하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라는 남성우월주의적 시선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었다.

이해 못할 선택들

조학주의 욕망도 그리 선명하지는 않다. 그는 나라의 근간이 백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왕실과 종묘사직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지만, 제 가문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생사초로 죽은 왕을 되살려내고 세자 이창(주지훈)을 역적으로 몰아세웠다. 조학주 자신이 조선의 왕가인 이씨 가문의 생사에 멋대로 개입한 시점에서 이미 조학주는 혈통으로 정당성을 획득하는 전근대적 왕실중심주의를 자기 손으로 훼손한 셈이다. 이미 장안에 ‘이씨 위에 조씨’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떠돌고 지방 고을의 수령 중 절반은 해원 조씨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학주에게 중요한 것은 해원 조씨 일가가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이지, 실제 혈통의 정통성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조학주는 시즌1부터 꾸며왔던 계비의 음모를 알고 난 뒤 진노하며 “내가 만들고자 하는 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조학주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그가 더 강력한 조정을 원했다면 두 개 시즌에 걸쳐서 조정을 제 헛기침 하나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허수아비 집단으로 길들이지 않았을 것이고, 더 강력한 왕권을 원했다면 왕가의 생사에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가 원했던 것은 왕가의 외척이자 조정의 중심이라는 명분을 통해 해원 조씨가 국정 전반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상황이었을 텐데, 계비가 세운 음모를 통해서도 충분히 그와 같은 상황을 조성해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학주는 계비의 음모에 진노하며, 굳이 자신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더 어려운 길을 택한다. 시즌 내내 권력이라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신하로서의 덕목이나 재상의 의무를 방기하며 적극적으로 유교 이데올로기를 훼손해온 조학주가, 갑자기 혈통 앞에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것은 다소 어색하다. 이는 조학주 자신의 욕망이라기보다는, 작가가 계비와 조학주 사이의 갈등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끼워넣은 욕망처럼 보인다.

악역만이 아니라, 주인공인 세자 창이 내린 선택도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시즌 내내 그는 자신은 보위에 관심이 없으며 백성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탐욕스러운 이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창의 선택도 납득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지녔던 새 세상에 대한 의지와 비전이 과연 얼마나 온전하게 집행될 것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신뢰하는 몇몇 신하만을 믿고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소 무책임해 보인다. 창은 아버지(윤세웅)를 통해 권력자가 몇몇 대신에게 휩쓸려 정책 주도권을 빼앗기고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다. 그걸 아는 사람이 사실상 국정주도권을 몇몇 신하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태였던 왕실의 허약함을 고스란히 남겨놓은 셈인데, 그러한 맹점을 보완할 만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도 딱히 보이진 않는다. 전란에 이어 역병 수습까지 도맡아야 하는 왕실의 책무를 고려한다면, 창의 선택 또한 합리적인 선택이라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lt;킹덤&gt;은 조선시대의 정치·사회 맥락 안에서 좀비물의 장르적 공식을 고스란히 풀어내며 전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다. 넷플릭스 갈무리
<킹덤>은 조선시대의 정치·사회 맥락 안에서 좀비물의 장르적 공식을 고스란히 풀어내며 전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다. 넷플릭스 갈무리

시즌3에 전하는 고언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즌2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피’라고 말했다. 이 키워드에는 좀비들이 쫓는 피 냄새의 의미와, 대의를 위해 요구되는 사람들의 희생, 그리고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혈통의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겨 있다. 창이 시즌 결말부에 내린 결정은 언뜻 혈통중심주의와 신분제의 한계를 깨부수는 혁명적인 엔딩처럼 보인다. <킹덤> 안 조선을 정의하는 ‘피’라는 키워드를 전복시킴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창은 그러한 자신의 결정을 설득하기 위해, 다시금 전근대 유교제 봉건국가의 이데올로기인 ‘효’와 적서를 엄격하게 차별하는 적통의 관점을 꺼낸다.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은 안전한 봉건제의 외피를 입고 아무 균열도 내지 못한 채 무난하게 체제 안으로 흡수된다. 그 모든 난리통을 겪은 뒤에도 <킹덤> 속 조선에 ‘피’의 질서는 여전히 공고하다.

물론 <킹덤>의 본질은 좀비물이다. 좀비물을 향해 정치적인 묘사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게 온당치 않다고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비물은 크리처(괴수)의 특성상 언제나 당대 대중을 지배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은유를 담은 ‘정치적’ 괴수물이었고, <킹덤>의 창조주인 김은희 작가 또한 <킹덤>을 두고 식탐밖에 남지 않은 좀비를 통해 조선이라는 사회의 불합리성과 시대적인 아픔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좀비가 되고서야 비로소 양반과 상놈의 구분 없이 평등해진다는 신분제의 역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김은희 작가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킹덤>이 정치물로서 지니는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고민이 선행되었을 때 돌아올 시즌3도 좀 더 풍성한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티브이 칼럼니스트

티브이 칼럼니스트. 정신 차려 보니 티브이(TV)를 보는 게 생업이 된 동네 흔한 글쟁이. 담당 기자가 처음 ‘술탄 오브 더 티브이’라는 코너명을 제안했을 때 당혹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굳이 코너명의 이유를 붙이자면, 엔터테인먼트 산업 안에서 무시되거나 간과되기 쉬운 이들을 한명 한명 술탄처럼 모시겠다는 각오 정도로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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