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가 1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계약직 직원 50여명의 해고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의당 대구시당 제공
감염병전담병원 지정 뒤 한달여 만에 50여명에 이르는 계약직 노동자 집단해고를 추진해 비판의 도마에 오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결국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서영성 대구동산병원장은 1일 오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노조 쪽과 면담을 마쳤다. 일할 의사가 있는 직원들의 경우 계약 기간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도 “면담에서 병원 쪽이 계약직 해고 기조를 철회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대구동산병원은 지난 2월 코로나19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뒤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간호조무사와 임상병리사, 조리원 등 계약직 50여명한테 사직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 사실(<한겨레> 4월1일치 1면 참조)이 알려지자 병원 쪽이 경영 사정을 빌미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시민단체와 정당 등도 이날 일제히 성명서를 내는가 하면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정부와 대구시는 먼 산 불구경 하듯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동산병원의 손실보상 등을 비롯해 무엇보다 해고 통보가 아닌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집단해고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비판 여론에 밀린 병원 쪽이 재검토 뜻을 밝혀 무더기 해고 사태는 일단 피하게 됐으나 문제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우선 대구동산병원 쪽이 이번 사태에서 문제 삼은 대목은 간접손실 보상이다.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데 지출한 비용뿐만 아니라 코로나 환자를 받지 않고 정상 운영했다면 벌었을 수익, 즉 기회비용 성격의 손실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는 게 병원 쪽 주장이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이런 간접손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동산병원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가 끝난 뒤에 이 병원이 정상운영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누가 아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간접손실 보상안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간접손실도 합당한 근거가 있으면 심의를 거쳐 보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병원들이 우려하는 ‘코로나 병원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병원 홍보를 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기관·요양기관·일반상점 손실보상에 7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필요에 따라 기획재정부에 목적예비비도 추가 편성을 요청하기로 했다. 메르스 사태 때는 1781억원 규모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의료계에선 대구동산병원 쪽이 비정규직 집단해고를 추진한 배경에 정부 불신을 이유로 이참에 비용 절감을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보낸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도 “정부에서 돈을 지원받는 방법이 없지 않은데 병원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이 터진 뒤 민간병원의 자발성에 기대기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손실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손실보상을 충분히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심의 과정에서 (병원들이) 정부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감염병 사태 때 민간병원이 손실보상 걱정 없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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