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고3 학생이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서울에서 한 고3 수험생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고 원격수업에 나선 9일, 중학교 3학년 노진구(가명·15)군은 오전 10시까지 늦잠을 잤다. 오전 9시에는 일어나 출석해야했지만, 진구군의 친구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날 안에만 정해진 이비에스(EBS) 온라인 강의를 다 들으면 돼서다. 진구군은 낮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스마트폰으로 20∼40분 정도 길이의 밀린 강의 4개를 연달아 봤다. 담임교사는 오전 9시10분에 반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출석체크를 했지만, 진구군처럼 늦잠을 자거나, 단순히 카카오톡방을 보지 못해 출석을 아예 안한 학생도 많았다. 진구군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해서 “첫 날이다 보니, 아직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어수선하다. 방학이 길어지다가 갑자기 온라인 개학을 하니 다들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화상강의를 위한 앱에 익숙하지 않거나, 통신장애가 나타나 수업에 차질을 빚은 경우도 잇따랐다. 서울 관악구의 ㄱ고등학교에선 사전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시청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태블릿 피시(PC)를 사전에 빌려주고, 시범 온라인 수업도 진행했다. 그럼에도 수업을 위해 접속해야 하는 구글 ‘클래스룸’이나 화상회의 앱 ‘줌’에 익숙하지 않아, 출석을 못한 학생이 여럿이었다. 쌍방향 수업 중간에 통신이 끊기는 일도 잦았다. 1교시는 쌍방향 화상 수업으로 진행 예정이었던 논술 과목인데, 담당 교사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과제 제출로 대체됐다. 이 학교 3학년 임아무개(18)양은 “처음이라 수업 준비가 잘 안된 선생님도 있고, 모두 미숙했다. 학생들이 지금은 새롭고 신기해서 그래도 온라인 수업에 어느 정도 집중하고 있는데,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감독하는 선생님이 없으니 해이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급하게 준비된 온라인 개학의 특성상 대부분 수업은 이비에스(EBS) 영상을 보거나 과제 제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9시30분 시작된 임양의 2·3교시는 ‘스포츠 생활’ 과목 수업이었는데, 이비에스 수능특강 ‘유산소 트레이닝’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양은 자신을 비롯해 스터디카페에 모인 학생들은 대부분 영상을 틀어놓고, 각자 자기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그나마 수업 자체를 하지 못하고 오리엔테이션만 진행한 학교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홍아무개(18)양이 다니는 서울의 한 학교는 9일 오리엔테이션만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은 10분도 채 하지 않고 마무리됐다. 이 학교는 오는 13일부터 실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양은 “컴퓨터로 수업을 들으니 딴짓을 할 수 있어서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다. 다른 학교 친구들도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공부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학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부 다른 학교 친구들은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려고 했더니 서버가 ‘터져서’(과부하돼서) 접속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학교에선 원격수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서울의 한 자율형 사립고 3학년인 조아무개(18)군은 이날 독서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1~2교시는 100분짜리 국어, 언어와 매체 수업이었고, 3~4교시는 100분짜리 영어 수업이었는데 둘 모두 사전 녹화 강의였다. 조군은 온라인 수업이 교실 현장 수업보다 집중도와 몰입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이 과목 수업의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해줬고 녹화 강의라서 정상 속도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들을 수도 있었으며 앞에서 한 강의를 얼른 되돌아가 다시 들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녹화 강의지만 동시 접속 상태에서 질문을 하면 바로 답변도 받아볼 수 있었다.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했고, 강의 중간중간에 퀴즈를 풀라고 지시해 수업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이날 조군의 학급엔 결석한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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