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포기한채 6년간 간병” 서울고법 원심 깨고 ‘집유’
6년 동안 불치병에 걸린 동생의 간병에 매달리다 우발적으로 목졸라 숨지게 한 형을 법원이 석방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이홍권)는 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던 김아무개(3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김씨는 23살이던 1993년 부모를 모두 여의고 동생(당시 15)은 물론 아내와 외아들까지 부양해 왔다. 1999년 여자 문제로 고민하던 동생이 빙초산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하면서 식도와 장이 붙어 음식을 전혀 못먹게 됐다. 2004년부터 형 김씨는 전국 병원을 다니며 동생을 입원시켰다. 그러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그 사이 180㎝ 키의 동생은 35㎏으로 더욱 야위어갔다. 형 김씨가 생업을 포기하고 간병에 매달린 사이 김씨의 아내가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며 생활비와 병원비를 벌어야했다.
김씨는 “고향 근처로 보내달라”는 동생의 말에 따라 지난해 6월 고향인 강원도 ㅅ의료원에 동생을 입원시켰다. 그날 새벽 술에 취해 병실을 찾은 김씨에게 동생이 “살고싶지 않다”는 말을 반복하자, 몇년 동안의 희생이 머리에 떠오른 김씨는 동생을 목조르고 말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수년 동안 가족생활까지 희생하면서 동생을 돌봤던 점, 영양제를 목에 직접 주사해 목숨을 부지해 온 동생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스스로 죽여달라고 말해온 점, 범행을 자수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감안했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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