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감지기’로 운전자의 음주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경찰청 제공
코로나19 유행 이후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느슨해지자 음주운전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음주운전이 늘자 경찰은 운전자가 숨을 불지 않아도 음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비접촉 감지기’를 현장에 투입하고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19일 경찰청이 제공한 2020년 음주운전 통계를 보면, 1∼3월 음주운전 사고는 4101건으로 지난해 3296건에 견줘 24.4%, 음주운전 사망자는 79명으로 지난해 74명에 견줘 6.8% 늘었다.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왔던 지난 1월에는 음주운전 사고가 지난해에 견줘 187건(17.5%) 늘었고,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도 4명(20%) 늘었다. 처음으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환자가 나오고,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던 2월에는 1396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2019년에 견줘 425건(43.8%)건 늘었다. 정부가 추가감염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나섰음에도 음주운전 사고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2019년, 2020년의 1∼3월 음주운전 사고 통계. 경찰청 제공
경찰은 코로나19 감염우려 때문에 음주운전 단속이 느슨해진 것을 음주운전 사고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1월28일 한국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 뒤 1주일 만에 도로를 막고 지나는 차량 운전자 모두에게 숨을 불어 실시하는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을 중단했다. 대신 음주 의심 차량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단속을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회식 등 술자리를 줄였음에도 음주운전 사고가 늘어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 경찰은 20일부터 ‘비접촉 감지기’를 현장에 투입하고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이 최근 개발한 이 감지기는 지지대에 부착해 창문 너머에 있는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 기존에 숨을 불어 검사하는 방법은 단속하는 경찰이 운전자가 내뿜는 비말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경찰은 비접촉 감지기를 활용해 선별 단속을 중단하고 다시 일제 검문식 단속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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