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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라임이 손댄 기업들 초토화”…직원들 떠나고 주식은 ‘깡통’

등록 2020-04-22 05:01수정 2020-04-22 07:57

라임 관계사들 감사보고서 등 분석
14곳 주가폭락, 이중 5곳 거래정지
‘펀드 돌려막기’에 현금 자산 감소
조직적인 회삿돈 빼돌리기 의심
투자받은 기업 대주주 공모 의혹도

“회사가 완전히 거덜난 상태예요. 회사에 돈이 없어서 월급을 못 준다며 두세달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주고 내보낸 직원도 꽤 됩니다.”

코스피 상장사인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21일 회사 사정을 설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1조6천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에서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큰 손해를 입었다. 최근 3년 새 191명의 직원이 잘려나갔다. 동양네트웍스는 2018년 3월 사내유보금 225억원으로 라임 펀드에 가입했고 라임은 한달 뒤 다시 동양네트웍스의 전환사채(CB)를 사들였다. 이 자금은 또 다른 라임 관계사인 에스모에 재투자되는 등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17년 말 680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17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 회사만이 아니다. 라임이 투자한 기업 대다수가 거래정지를 당하거나 고용이 감소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21일 <한겨레>가 라임 관계사들의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라임이 투자한 기업 14곳은 모두 투자 시점보다 주가가 폭락했다. 주가 하락률이 96%에 이르는 곳도 있다. 리드, 한류타임즈, 파티게임즈 등 5곳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또 지난해 당기손익을 보면 14곳 중 9곳은 2018년에 견줘 적게는 11억원부터 많게는 3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왔는데도 8개 기업의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라임이 투자를 명목으로 손을 댄 기업들 대부분이 무너진 것이다.

라임 사태의 ‘키맨’으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본부장 등이 기업사냥꾼 세력과 손을 잡고 조직적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라임의 돈줄 노릇을 하는 김아무개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자본금을 빼돌릴 투자기업을 소개하고, 그 기업의 자본금으로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해 주가를 조작하는 행태를 벌이며 중간에서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라임 투자를 받은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는 2018년 10월 라임이 투자한 에스모로 바뀌었는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35억원이 감소했다.

라임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최대주주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라임 투자기업인 슈펙스비앤피 임원진은 최근 공개된 라임 실사보고서에서 라임 펀드 부실투자처로 ‘C등급’을 받은 제이케이인터내셔널 사내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슈펙스비앤피 역시 라임의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제민주주의21’의 김경율 회계사는 “라임 투자금을 낀 기업들이 사실상 다 초토화됐다고 봐야 한다. 라임 사태가 가능했던 이면에는 적당히 움직일 수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들을 발판 삼아 움직인 작전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무자본 엠앤에이(M&A)’에 나선 기업사냥꾼들의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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