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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19로 멀어진 제자, ‘드라이브 스루’로 찾아 나선 교사들

등록 2020-04-22 15:29수정 2020-04-24 14:30

영락의료과학고 교사들, 학생 집 앞 방문해 온라인 수업 격려
‘워킹 스루’ 방식으로 학습 보조자료 전달하는 사례도 나와
부산 동성초교, 온라인 개학식 이색 영상으로 학생들 응원하기도
김윤혜 영락의료과학고 교사가 21일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학생 집 앞을 찾아 선물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강재구 기자
김윤혜 영락의료과학고 교사가 21일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학생 집 앞을 찾아 선물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강재구 기자
“소진아, 온라인 수업은 들을 만해? 선생님이 드라이브 스루로 소진이 만나러 왔어.”

두 달여 만에 직접 만난 선생님과 제자가 차창 너머로 반갑게 주먹을 맞부딪쳤다. 온라인 정규수업을 모두 마친 21일 오후 4시15분, 서울 관악구에 있는 영락의료과학고 1학년 5반 담임인 김윤혜 교사가 차를 타고 봉천동에 있는 제자 윤소진(16) 학생의 집앞을 찾았다. 마스크에 장갑, 파란 수술용 가운까지 걸치고 ‘방역’ 태세를 갖춘 담임 선생님이 직접 포장한 비타민과 과자, 물티슈, 편지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건네자 소진양이 환하게 웃었다. 소진양은 “새 학교생활에 기대가 굉장히 컸는데 온라인 수업을 들으니 답답하고 아쉬웠다. 선생님이 직접 찾아오니 힘이 된다”고 말했다.

5분 남짓한 짧은 만남을 끝낸 뒤 김씨는 또다른 제자 황유빈(16)양의 집으로 향했다. 지난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이후 두 달여 만에 담임 선생님을 만난 유빈양의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 묻어났다. 차량 문틈 사이로 짧은 시간 대화밖에 나누지 못했지만 유빈양은 “온라인 수업은 집중이 안 됐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학생과 교사가 원격수업을 통해서만 만나는 가운데,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관계 맺기’에 적극 나서는 교사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영락의과고 교사 39명은 이날부터 신입생 127명을 포함한 전교생을 찾아가는 드라이브 스루 면담을 시작했다. 이 학교의 유인선 교목상담부장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과의 유대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통해서 아이들을 격려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드라이브 스루 면담에 앞서 이날 영락의과고에선 화상회의 형식으로 학생 자치회도 열렸다. 그동안 학교 규칙 등을 학생 자치회에서 만들어 왔는데, 코로나19로 학생들간의 모임도 할 수 없게 되자 온라인 자치회를 고안해낸 것이다.

시간차를 두고 학생들을 학교로 부르는 ‘워킹 스루’ 방식으로 직접 준비한 수업 보조자료를 건넨 교사들도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중학교는 지난 8일과 16일, 17일 사흘에 걸쳐 교과별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보조자료를 전달했다. 사회와 영어 교사는 학습 보조자료를 만들었고 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꼽은 책을, 미술 교사는 스케치북을 선물했다. 이 학교의 구아무개 교사는 “온종일 화면만 보면 집중이 안 될 것 같아 추가로 보조자료를 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으로 실망한 학생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교장 선생님까지 나선 학교도 있다. 부산 동성초등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맞은 16일 교장 선생님이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분장을 한 채 학교 곳곳을 누비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학생들에게 선물해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32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엘사로 열연한 박형규 교장은 “학생들이 코로나19로 등교도 못 하고 바깥 활동도 못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온라인 수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공부하길 바라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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