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17일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남 진주의 한 국민임대아파트 복도.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지역의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전문요원 ㄱ씨는 지난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정신질환 고위험군 환자 ㄴ씨의 국립정신건강센터 응급입원을 위해 구급차 이송을 연결하다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애초 ㄴ씨를 받을 수 있다던 센터 쪽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자는 내과적인 문제가 예상돼 내과가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ㄱ씨가 “어디로 보내야 하느냐”고 묻자 센터 쪽은 “현재 이 지역에는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는 병원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학병원들은 환자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지 않으면 입원시켜주지 않고 있다. 결국 ㄴ씨를 실은 구급차는 고속도로에서 1시간가량 대기하다 ㄴ씨를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했다. ㄱ씨는 “ㄴ씨에게 사고가 나지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다”며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이후 민간병원들도 입원을 꺼리고 있고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응급실을 닫은 정신병원도 늘어서 정신질환을 지닌 응급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ㄴ씨처럼 응급입원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정신장애인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원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이 22일 공개한 ‘고위험 정신장애인 응급입원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440건이었던 응급입원 수가 지난달 327건으로 100건 이상 줄었다. 한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진료를 받거나 약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정신장애인들이 많은데 매주 응급입원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나온다”며 “강원도에서 발생한 환자를 충북으로 옮기는 일도 있었고, 경찰관이 환자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려 응급입원을 시키려고 이틀 동안 같이 지낸 일도 있다”고 했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한 고위험군 환자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달 2일 서울 중랑구에서 90대 노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가 구속된 정신장애인 김아무개(50)씨는 3개월 동안 약을 먹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사건 전날 오전에도 난동을 부려 경찰이 출동했지만 입원시킬 병원을 찾지 못했다. 전준희 정신건강복지센터 협회장은 “청도대남병원에서 7명이 목숨을 잃어 정신장애인에 대한 동정 여론이 형성됐으나 코로나19 방역대책에서 이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았다”며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국공립병원이 적극적으로 응급입원 환자를 수용하고, 정신건강 고위험군 환자 응급병상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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