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23일 오전 김 전 사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옛 미래전략실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근무한 김 전 사장은 2015년 이뤄진 합병 실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월에도 김 전 사장을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와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을 수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수사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검찰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물산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합병을 앞두고 회사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의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의 주식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평가가 돼 합병이 성사될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해지는 구조였다.
앞서 미전실이 2015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위해 시세조종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
[단독]‘삼성물산 합병 전 주가조작’ 미래전략실 문건 나왔다) 이 문건에는 미전실이 주가에 악재가 되는 내용은 미리 공개하고, 호재는 합병 결의 이후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 ‘시세조종’을 계획한 정황이 담겼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합병이 알려지기 직전인 2015년 5월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지만, 이를 두 달 동안 숨기다 합병 결의 뒤에야 공시했다. 또 2015년 상반기 다른 대형 건설사 주가는 20∼30%씩 올랐지만, 삼성물산은 소극적인 사업 운용으로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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