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추적이 어렵다고 알려진 ‘다크웹(특수한 웹브라우저를 통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웹)’과 국외 보안 메신저를 이용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한 20대 사회복무요원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다크웹 상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착취물 판매글을 올린 뒤 구매자들에게 1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성착취물을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사회복무요원 최아무개(23)씨를 구속송치할 방침이라고 23일 밝혔다.
최씨는 다크웹에서 성착취물 구매자들을 모집한 뒤 해외에 서버가 있는 보안 메신저(텔레그램, 위커)로 접촉해 1만9천여건의 성착취물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는 웹하드 주소를 보내주고, 가상통화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씨가 가상화폐로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성착취물을 구입한 사람들은 누군지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경찰은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다크웹과 해외 보안 메신저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할 수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경찰청과 지방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오른쪽 두번째)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텔레그램 n번방'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사당국의 수사와 더불어 정부는 해외에 있는 웹하드나 통신 사업자라도 불법정보 유통금지 의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회복무요원 최씨가 자료를 공유한 웹하드는 서버가 외국에 있어 현재로선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이날 오전 국무조정실과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등 9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가 있더라도 국내에 지사가 있으면 압박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4)씨 검거 뒤 대대적인 디지털 성범죄 단속에 나선 경찰은 수사 한달을 맞아 이날 오후 수사경과를 발표했다. 경찰청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던 지난달 25일부터 한달 동안 디지털 성착취 관련 범죄 436건을 단속해 340명을 붙잡았다. 이 중 51명을 구속하고, 12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거된 340명의 혐의를 살펴보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례가 146명(3건), 성착취물을 제작하지는 않았으나 조직적으로 유포한 사례가 17명(12건), 개별적으로 성착취물을 유포한 사례가 95명(194건), 불법촬영이나 합성물 등을 유포한 기타 디지털 성범죄가 82명(227건)이었다.
피의자와 피해자는 모두 10~20대가 다수를 차지했다. 피의자를 연령별로 나누면 10대 106명(31.2%), 20대 142명(41.8%), 30대 72명(21.2%), 40대 14명(4.1%), 50대 이상 6명(1.7%)으로 10대·20대가 73%에 이르렀다. 피해자는 10대 81명(49.1%), 20대 63명(38.2%), 30대 17명(10.3%), 40대 3명(1.8%), 50대 이상 1명(0.6%)으로, 10대·20대가 87.3%를 차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들과 관련해 “죄의식 없이 범행에 빠져들고, 협박까지 이어지게 된 동기 등에 대해선 향후 프로파일러와 함께 분석해서 자료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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