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만 1조원이 넘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25일 구속됐다. 라임 관계사인 ‘리드’ 횡령사건에 연루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한 지 5개월 만이다.
최연미 서울남부지법 당직판사는 이날 오후 6시 23분께 이 전 부사장과 심아무개 전 신한금융 팀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자금을 투자하는 대가로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명품 시계와 고급외제차 등을 제공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는다. 심 전 팀장 역시 투자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을 돕고 그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이 사건 ‘돈줄’ 역할을 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김 전 회장 또한 오는 26일 구속갈림길에 놓일 예정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5일 김 전 회장에 대해 수원여객의 회삿돈 16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횡령)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 뒤 김 전 회장을 라임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넘길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 회사자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지난해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아무개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금융감독원 팀장)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라임 사태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8일 금감원의 라임 관련 내부 문건을 라임 일당에게 건넨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공무상 비밀누설)로 구속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김 전 행정관 쪽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피의자 도주로 거대 사기라는 본류 사건에 난항을 겪던 검찰은 이로써 라임 수사에 상당 부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전 회장이 평소 지인들에게 “어마무시하게 로비했다”며 정계 인사들을 언급한 만큼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