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역 푸드코트를 찾은 시민들이 창가를 바라보고 각각 홀로 자리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직장인들이 전면 재택근무를 접고 속속 일터로 복귀하고 있다. 다시 나온 일터는 4주 전과는 전혀 다르다. 회식이 없고, 야근이 줄고, 사적인 대화가 최소화된 사무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풍속도다.
서울의 한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전아무개(31)씨의 직장에선 매일 아침 9시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사내 방송으로 나온다. 회식을 자제하고 서로 거리를 유지하라는 지침은 이제 귀에 익숙해졌지만, 전씨는 들을 때마다 마스크를 고쳐쓰게 된다. 사무실에선 대부분 마스크를 낀 채 일하고, 회사 승강기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아예 탈 수 없다. 부서별 배식과 한 줄 앉기를 실시하는 구내식당에선 건너편 동료 없이 밥을 먹는다. 적막하다 못해 쓸쓸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구내식당을 피해 인근 식당을 찾는 이들도 있다.
중견 아이티(IT)기업에 다니는 한아무개씨는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마치고 지난 19일부터 ‘주2일 사무실 근무’를 시작했다. 직원들끼리 번갈아 출근하다 보니 출근 인원이 절반가량 줄어 사무실은 한산하다. 밥 먹듯 하던 야근도 자취를 감췄다. 한씨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근무환경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일상적 거리두기의 기본은 대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19일부터 게임업체 넥슨은 주3일 출근과 함께 회사 셔틀버스 두 좌석에 한 명만 앉기, 자가용 통근자를 위한 주차장 이용 확대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엘지(LG), 삼성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구내식당들은 식탁마다 가림막을 설치했다. 인하대병원 등은 공개채용을 화상면접으로 대신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사내 문화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주기적인 단체회식 대신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온라인 회식이나 개인 식대를 지원하는 재택 회식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두달째 부서 회식을 하지 않았다는 김아무개(31)씨는 “강제성 회식이 없어지니 퇴근 이후 저녁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집에서 요가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취미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최아무개(35)씨는 “이번 기회로 정기적인 재택근무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화가 없는 일터 문화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이아무개(55)씨는 “점심시간에 동료와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하다 보니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문아무개(30)씨는 “구내식당은 답답해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다”고 전했다. ‘워킹맘’이라는 한 누리꾼은 온라인 카페에 “식당에 칸막이를 설치하니까 똑같은 음식인데도 맛이 없더라. 밥 먹으면서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배지현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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