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중” 되풀이…“경찰 못할 사람 군대는 왜” 반발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소방·교정·소년보호·철도공안직 공무원을 채용할 때 키와 몸무게에 따라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라고 권고했지만, 소방방재청과 법무부 보호국을 뺀 기관들이 해를 넘기도록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10일 인권위 등의 말을 종합하면, “키·몸무게로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권고 이후 소방방재청과 법무부가 각각 소방직과 소년보호직을 채용할 때 키·몸무게 대신 체력시험으로 걸러내는 시행규칙 개정안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두 직종의 경우도 2007년에야 이런 제한이 풀릴 전망이다. 경찰·교정·철도공안직은 아예 채용 관련 시행규칙 등의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올해 2천여명을 뽑는 경찰은 지난해부터 용역조사 등을 벌이고 있지만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체격 제한을 체력측정으로 대신하거나 기준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체격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아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소년원에서 근무하는 소년보호직은 체격조건을 없앨 수 있어도 성인 수용자를 다루는 교정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교정공무원 채용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에서 소년보호직만 체격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철도공안직에 대해 건설교통부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 건교부는 철도공안직이 경찰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경찰 움직임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권위 권고로 금방이라도 체격 제한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응시 준비자들은 낙담하고 있다. 3차례 경찰관 채용에서 매번 0.2~0.5㎝ 가량 키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신 하아무개(24·여)씨는 “신체검사 도중 키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중간에 짐을 챙겨 나오며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하씨는 “경찰이 꼭 되고 싶어 고교 3학년 때부터 경찰공무원 시험 공부를 해오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채용 준비 인터넷모임 등에도 “언제 키 제한이 없어지는 거냐”는 등의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역시 키가 제한보다 0.8~9㎝ 모자라 3차례 탈락했다는 최아무개(26)씨는 “해양경찰은 지난해부터 키 제한을 165㎝로 2㎝ 낮췄다”며 “경찰관을 못할 사람을 왜 전방 사단에서 복무하게 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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