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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페이스북·언론기고…검사들의 ‘공개 내부저격’ 전성시대

등록 2020-05-03 04:59수정 2020-05-03 09:30

내부망 발언도 주저하던 문화
이젠 공개 비판·고발·해명 봇물
일선 부장검사, 대검 감찰부장 등
‘검찰에 언론 관심 집중 탓’ 분석도
지난달 28일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김수남 검찰총장 등이 검사 비위 사건을 덮었다며 고발한 사건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이를 비판하며 페북에 쓴 글.
지난달 28일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김수남 검찰총장 등이 검사 비위 사건을 덮었다며 고발한 사건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이를 비판하며 페북에 쓴 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서나 드물게 목소리를 내왔던 ‘검찰청 공무원’이 달라졌다. 최근 검사들이 페이스북이나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내부인을 공개 비판하거나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대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내놓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밀의 성’과 같던 검찰에 새삼 ‘공개저격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 내부저격’의 원조 격인 검사는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다. 2012년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해 징계를 받으면서 이름을 알린 임 부장검사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검찰 비판’ 여론을 주도해가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에도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검찰 간부 4명을 한 전직 검사의 고소장 위조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고발한 사건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마저 기각하며 수사 막으니 경찰은 속수무책”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해 2월 ‘귀족검사’들의 성폭력을 묵인했다며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을 비판한 <경향신문> 기고문(“나는 고발한다”)은 검찰 안팎에서 상당한 반향을 낳기도 했다.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지난달 2일, 법무부를 ’멍부’라고 비판하며 쓴 <법률신문> 기고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검찰청의 상급기관인 ‘법무부’를 저격한 검사도 있다. 정유미(30기)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지난달 2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멍부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법무부를 ‘멍부’(멍청하지만 부지런한 상사)에 빗대었다가 논란을 빚었다. 250억원 규모의 유사수신 범행 일당을 기소하고 재판을 준비 중인 대전지검의 한 검사를 법무부가 ‘코로나19 역학조사 합동지원단’에 파견 보낸 게 “사람 쓸 줄 모르는 어느 ‘멍부’의 결정”이라며 “여러 명이 개고생”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기고문을 본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정 검사의 문제제기는 용감했지만 화살이 다소 빗겨갔다”며 “파견 검사는 법무부가 아닌 대검에서 골랐다”고 부연했다.

검찰 내 가장 ‘비밀스러운’ 부서의 장인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최근 자신의 에스엔에스를 통해 ‘발언’에 나섰다. 한동수(24기)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문을 올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이 있는 현직 검사장에 대한 감찰 개시를 ‘문자로 통보’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올린 글이었다. 한 부장은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 개시 보고는 일방통보가 아니라 수차례 검찰총장, 대검 차장에 대한 대면보고 및 문자보고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그런데 보고 다음날 일부 언론에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총장과 가까운 한 대검 관계자는 “한 감찰부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부인했다.

검찰 내부구성원들의 ‘공개저격’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내부저격이 조직을 투명하고 건강하게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소추기관의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검찰 조직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탓에 벌어지는 ‘일시적인 기현상’이라는 나름의 분석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 내부문화가 달라진 탓도 있겠지만 언론의 주목도가 높아진 탓도 있어보인다”며 “초임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입만 열면 언론 헤드라인에 걸리는데, 한 마디씩 보태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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