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찰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 중에 숨진 검찰 수사관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 수사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 내용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과 협의를 통해 일부 자료를 받았지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함이 있다”며 “휴대전화에 담긴 사망 관련 내용을 찾아서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그동안 확보한 단서들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게 수사팀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청와대 민정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원이었던 백아무개 수사관이 지난해 12월 검찰 출석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백 수사관의 사망원인을 수사해왔다. 백 수사관은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주요 참고인으로 꼽혔었다. 당시 백 수사관의 죽음을 놓고 청와대 인사들의 연락이나 회유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으로 인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거셌었다.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은 백 수사관의 죽음 직후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4개월 만에 휴대전화 잠금 기능을 풀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담겼던 내용의 일부만 경찰에 제공하고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았다.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는 보안이 까다로운 ‘아이폰10(X)’으로 포렌식 작업을 통해 비밀번호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 청장은 “(백 수사관) 사망 관련 자료를 충실히 확보해 사망 의혹을 해소하는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와 차이가 있다”고 했다. 검찰이 경찰 쪽에 건넨 자료는 검찰의 수사대상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로 경찰의 수사자료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에서 임의제출 협조 요청에 따라 문자메시지와 통화기록 등 제한된 내용만 보내 사망원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라며 “범위 등을 정해서 강제수사까지 검토해야 한다. 검찰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주지 않았는데 영장을 받아 검찰에서 한 포렌식 작업 내용을 갖고 오는 게 제일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지난해 12월 휴대전화를 되찾기 위해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을 때도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모두 반려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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