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12일 오전 11시20분께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의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최희석(59)씨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순한 폭력 사건이 아니라 경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어땠는지부터 반성해봐야 합니다.”
입주민의 폭행 등 갑질에 시달리다 유서를 쓰고 세상을 떠난 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추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과 경비 노동자 이만수 열사 추모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12일 오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근처에서 지난 10일 입주민의 갑질 때문에 세상을 등진 최희석(59)씨에 대한 추모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들은 ‘사회적 타살이다! 갑질 없는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가해자 처벌 및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이번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경비 노동자들의 처우가 낮고 열악한 노동자 지위에 있다 보니 갑질을 해도 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경비 노동자 근로조건이 어땠는지 반성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비원을 향한 갑질로 세상을 등지는 경우가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을 짚었다. 김일웅 정의당 강북구 지역위원장은 “2014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이만수 열사가 주민의 언어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2018년에도 한 경비 노동자가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는 등 경비 노동자에 대한 갑질과 폭력이 끊이질 않는다”며 “노동을 존중받지 못하는 풍토 속에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만수 경비원과 함께 근무했던 경비원 김인준씨는 “아직까지 아파트에서 주민이 노동자에게 갑질한다는 것 자체가 억울하다”며 “어떤 아파트에서도 경비 노동자들한테 갑질하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세상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비극을 경비 노동자들의 불안한 고용환경 개선과 권리 보장의 계기로 삼아달라고 촉구했다. 김형수 경비 노동자 이만수 열사 추모사업회 회장은 “경비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속에서 일해 어쩔 수 없이 모멸감과 폭력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고용안정과 관련된 협약을 맺어 다 같이 공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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