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피해자인 딸이 법정에서 “피해사실은 꾸며낸 것”이라며 진술을 뒤집었지만 대법원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며 아버지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4일, 딸을 추행해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윤아무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친딸에게 욕설과 폭행을 저지르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당했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고 △‘아버지가 너무 미워 허위로 피해 사실을 꾸몄다’는 진술서를 제출한 점을 이유로 강제추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윤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달리 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서 아버지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점을 들며 “실제로 경험한 사실에 관해 사실대로 진술할 때 나타나는 특징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는 ‘어머니가 피해자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내어 허위로 진술할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강제추행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고 윤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친족 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했다는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해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며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해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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