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영 유성기업 대표이사. 아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법원이 회삿돈으로 ‘노조 파괴 컨설팅’ 대가를 지급한 유성기업 경영진을 배임죄로 처벌한 판결을 내렸다. 노조 파괴 공작을 부당노동행위, 횡령뿐만 아니라 배임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첫 판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노조 파괴 방안을 제시한 창조컨설팅에 회삿돈 13억1천만원을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등으로 기소된 류시영 유성기업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4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은 노조 탄압으로 악명이 높은 회사다. 2011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노조)가 주야 교대 근무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꾸자고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직장폐쇄와 노조원 집단해고로 맞섰다. 경비 용역까지 동원해 폭력 사태도 벌어졌다. 앞서 회사는 노조 파괴 전문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으로부터 “금속노조 영향력 축소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성 확보-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을 계약 목적으로 한 노무 컨설팅을 받은 상태였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2012년 10월 민주노총이 류 대표 등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고,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2015년 4월에야 부당노동행위로만 기소됐다. 류 대표는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지만, 노조의 추가 고소에 따라 배임과 횡령 혐의(회삿돈으로 부당노동행위 사건 변호사비 지출)로 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노조의 조직, 운영에 대한 지배, 개입이라는 불법적인 목적을 위해 회사 자금으로 컨설팅 비용을 지급하고 컨설팅 회사로부터 이에 관한 자문 용역을 받은 것은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며 경영진의 배임·횡령죄를 모두 인정했다. 2심 재판부도 “범행의 동기가 불량하고 피해자의 손해도 상당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했고, 회사가 아닌 경영진 개인을 위한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도 횡령죄를 인정했다. 류 대표 등은 상고심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그로 인한 자문료 지급을 횡령·배임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아니다”라며 이를 기각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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