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하나은행 관련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자료.
하나은행 부정채용 피해자가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 2016년 하반기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에서 합격권에 들었지만 면접 점수 조정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된 피해자 ㄱ씨는 18일, 하나은행을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와 1억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2017년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검찰 조사 결과,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은 채용청탁 명단을 인사부에 건넸고 인사부는 이른바 ‘장(長)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사정’ 절차를 통해 최종 임원면접 점수 순위상 불합격권에 있던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그 밖의 다른 대학 지원자 7명의 점수를 깎는 방식으로 합격자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함 전 행장 등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ㄱ씨는 동국대 출신으로, 최종 임원 면접에서 4.3점을 받아 합격권이었지만 면접 점수가 3.5점으로 조정되면서 불합격 처리됐다. ㄱ씨는 하나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채용비리 피해자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ㄱ씨는 소장에서 “하나은행은 출신 학교를 기준으로 합격·불합격을 자의적으로 결정해 차별행위를 했다. 이는 관례라는 미명하에 지속적으로 행해진 조직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채용비리 사건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은행은 오래전부터 실력에 따라 동등한 채용 기회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세칭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지원자를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했다”며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강한 민사적 제재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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