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가 지난해 11월6일 연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은 공군 대대장이 초병이 초소를 무단 이탈한 ‘부대 경계 실패’ 사건도 은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2020년 5월 인권침해 상담을 통해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이 안하무인으로 부대를 운영하며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부대 경계 실패를 은폐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1월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에 부임한 김아무개 중령은 평소 부대원들에게 “목을 쳐버리겠다”, “일 똑바로 못하면 반드시 장기복무선발이 못 되게 손을 쓰겠다” 등의 폭언과 협박을 해왔다. 김 대대장은 지난 3월 소속부대 여군도 함께 있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건강검진 과정을 두고 성적인 비속어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김 대대장은 부대 경계 실패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2월12일 이 부대 기지 보행자출입문 통제소에서 보초 근무를 하던 병장이 근무 장소를 무단으로 이탈해 비엑스(BX·공군 마트)에 간식을 사러 갔다 한 간부에게 적발된 것이다. 공군 규정 ‘기지방어시설 및 장비운영’ 제9조는 ‘보행자출입문은 16시간 초소로 운영하도록 돼 있는 ‘초소’라고 규정한다. 초병이 근무 중 초소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행위는 ‘군형법’ 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러나 김 대대장은 이러한 보고를 받고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해당 병장은 얼마 뒤 만기 전역했다.
이후 김 대대장이 감찰을 받은 과정도 석연치 않다. 지난 4월 일부 부대원들이 “김 대대장이 ‘부대 경계 실패 사건’을 은폐했다”고 상급부대로 익명 신고했으나 감찰에 나선 10비행단은 지난 6일 “보행자출입문 통제소는 초소라고 볼 수 없다”며 “아무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감찰 이후 김 대대장은 조사에 참여한 간부들을 불러 “네가 쓴 내용이 맞냐”며 제보자 색출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자의 진술서 내용이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는 공군본부 및 10비행단의 ‘제 식구 감싸기’ 감찰에 대해 전면 재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김 대대장의 보직을 즉시 해임하는 등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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