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상가 등 집합건물의 공용부분(복도·계단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이득을 봤다면 부당한 이득으로 간주하고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득을 봤지만 타인에게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1일 대법관 다수 의견(11명)으로 상가건물의 관리단이 상가건물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 ‘이득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청주에 있는 상가의 구분 소유자인 김씨는 지난 2012년 7월 1층에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인접 공용부분인 복도와 로비를 퍼팅연습장, 매점, 안내데스크 등으로 사용했다. 상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지만, 김씨의 무단 점유 탓에 사람들은 먼 길을 돌아 2층 출입구를 사용해야만 했다. 구분 소유자들로 꾸려진 관리단은 김씨가 시정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가 무단 점유한 복도·계단을 비우고 그간 얻은 이익을 상가 관리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부당이득 반환 부분에서 판단을 달리 했다. ‘공용부분은 임대의 대상이 아니고 무단 점유로 인한 이득만큼 다른 구분 소유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며 부당이득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용부분이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인지는 부당 이득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며 “(김씨의) 부당이득을 부정한다면, 이는 무단 점유자의 모든 이익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으로 공평의 이념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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