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융업계 인사들로부터 수년간 뇌물을 받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 고위공직자의 뇌물 범죄를 엄벌하는 최근 추세에 역행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는 뇌물수수와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9천만원과 추징금 4221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금융투자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약 4220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그에 대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과 (뇌물) 공여자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관계가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피고인이 받은 개별 뇌물 액수가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으로서는 공여자들이 사적 친분관계에서 선의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 전 부시장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재판부가 공여자가 여럿인 혐의를 여러 개의 범죄로 따로 떼어내 양형을 각각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뇌물죄를 가중처벌할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한 사람에게 받은 뇌물액이 3천만원 이상일 때부터 적용된다. 유 전 부시장이 받은 뇌물 총액은 4천여만원이지만, 각 공여자들로부터 받은 뇌물 액수는 모두 3천만원 미만이었기 때문에 개별 수수액은 많지 않다고 보아 감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판사는 “수뢰자 입장에서 한명한테 1천만원을 받은 것과 열명에게 100만원씩 받은 것 중 후자가 죄질이 더 가볍다고 보긴 어렵다.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4천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았는데 집행유예가 나온 것은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적 친분관계가 감형 사유로 반영된 점 또한 도마에 올랐다. 금품 등을 건넨 이들은 모두 금융 및 신용업계 종사자들로, 금융업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금융위 고위 간부 출신인 유 전 부시장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한테 돈을 받는 행위가 은밀하게 수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뇌물 범죄의 양형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3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 및 ‘2년 이상 장기간의 뇌물 수수’, ‘(공여자와의)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경우’ 등을 양형의 가중 요소로 정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양형 가중 요소에 모두 해당된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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