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최로 열려 참석자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함께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첫발을 뗀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자의 요구안을 놓고 ‘장외’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의제를 논의하기로 한 29일 제3차 실무협의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30개 경제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는 27일 정기총회를 한 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국가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경제단체 건의’를 내어 “정부와 공공기관에 납부하는 국세, 지방세, 사회보험료, 전기·시설사용료 등을 최대한 유예 또는 감면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 나가도록 정부 정책 지원과 국회 입법 지원이 절실하다”며 “노동계도 회사를 함께 살리는 임금과 고용의 대타협 차원에서 상당 수준의 고통 분담에 대승적으로 협조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가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노동계가 임금 문제를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두고는 “고용 안전망이 보다 촘촘히 구축돼야 한다”면서도 “기업들의 고용보험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지키기에 추가 소요되는 재원은 일반재정에서 충당돼야 한다”며 기업이 ‘추가 부담’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확대 △주52시간제 보완제도인 탄력근로제 도입 △연구·개발 분야 선택근로제의 유연성 확대 조기 입법화 등도 요구했다.
경제단체협의회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구성원 가운데 하나인 경총이 간사 역할을 하는 사무국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선 이들의 건의문이 곧 노사정 대화 실무협의에서 경총이 내놓을 의제라고 보고 있다. 애초 노사 양쪽이 다루고 싶은 의제를 내놓기로 한 26일 2차 실무협의에선 경총이 아무 의견도 내지 않아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하루가 지나 ‘경기장 바깥’에서 이런 제안을 내놓은 데 불만도 크다.
민주노총은 “실무협의는 ‘패싱’하고 단체들 모아서 힘을 과시하는 건 상도덕이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런 모습에서는 도저히 상호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파트너가 비정상적인 사고를 유지한다면 대화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대화 판을 깨겠다는 선전포고냐”고 날을 세웠다. 이들이 제시한 내용을 두고도 양대 노총은 “자기희생이나 연대, 협력의 자세가 없다”(민주노총), “노동자·서민이 받는 고통을 기회 삼아 기업 곳간만 불리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반응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오늘 경제단체의 건의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경총의 의견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1년에 한번씩 열리는 경제단체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에 당부 사항을 전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전날 오후 열린 실무협의에서 △고용유지를 전제한 기업지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해고 금지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등을 공통 의제로 제시할 계획이었다. 양대 노총은 실무협의에 앞서 26일 오전 한국산업노동학회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양보와 노력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번엔 (노사정 대화 중간에) 나간다, 안 나간다 그런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김명환 위원장)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동계가 요구만 한다고 할 수 있어 통 큰 연대를 제안한다”며 “고용보험료율을 0.2% 올리는 데 내부적으로 합의를 봤으니, 사용자 쪽에서도 상응하는 양보안을 내놓아야 한다”(정문주 정책본부장)고 말했다.
김양진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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