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임원처럼 근무했어도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다른 직원과 처우에서 차이가 없었다면, 근로자로 보고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퇴직자 김아무개씨에게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2003년 2월 서울에 있는 보험계리법인에 입사한 김씨는 보험계리사로서 프리랜서 형태로 사무실에 정시 출퇴근했다. ‘등기임원’은 아니었지만 ‘부사장’으로 불리며 용역 업무를 총괄했고, 4대보험에 가입하진 않았지만 매월 20일 급여를 받았다. 급여는 다른 사원들과 달리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이었다.
김씨는 2017년 퇴직하며 2015년 12월31일까지의 퇴직금 6577만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사실상 일반근로자와 같았다’며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사무실로 정시에 출퇴근하고 매월 고정적인 급여를 받아온 점에 주목해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김씨가 입사 초부터 부사장으로 불리며 관리자로 근무한 상황 등을 고려해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가) ‘부사장’으로 불리고 일정 기간 유한회사 사원의 지위에 있었으나 이는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일 뿐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