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와 ‘검-언 유착’ 의혹 등 중요 수사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검찰 외부의 판단은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 절차와 과정은 대부분 비공개여서 공정한 심의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와 <채널에이(A)> 이아무개 기자 및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심의하는 전문수사자문단은 모두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수사심의위는 ‘수사팀의 과잉 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고, 수사자문단은 ‘일선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의 견해가 갈렸을 때 이를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사건 처리를 수사팀과 지휘라인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외부의 점검’을 받아 검찰 내부의 편향을 교정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내부의 편향을 교정하겠다는 ‘외부의 점검’이 사실상 ‘밀실’에서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검-언 유착 사건을 심의하는 수사자문단은 “심의 내용과 결과”를 모두 비공개한다. 검찰총장의 입김에도 취약한 구조다. 대검의 관련 예규를 보면 총장은 “심의 대상 사건과 안건을 정해 소집”을 결정할 수 있다. 수사팀과 소관 부서의 추천을 거쳐 7~13명으로 구성되는 자문단원(검사 또는 형사사법제도 전문가) 위촉 권한도 총장에게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수사자문단을 소집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삼성 불법 승계’ 의혹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도 회의 내용이 전혀 기록되지 않는다.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고 어떻게 논의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문서로 남는 것은 논의의 결과인 심의의견서뿐인데, 여기에도 기소 여부 등에 대한 의결 결과만 간단하게 기록할 뿐 의결에 도달하게 된 사유 등은 기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사팀 역시 의결 ‘결과’만 통보받을 뿐, 의결에 도달하게 된 사유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듣지 못한다고 한다. 무작위 추첨으로 정해지는 15명의 ‘현안위원’ 면면도 모두 비공개로 운용된다. 로비를 막기 위한 조처이지만, 사건 당사자와의 관계 등 사전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