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진 뒤 정부가 모든 쿠팡 물류센터의 방역실태를 조사하기는 했지만 후속조처 이행 점검은 단 4곳에 그쳐 부실 조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정부의 ‘쿠팡 물류센터 합동점검 결과’를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합동점검반은 부천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전국의 쿠팡 물류센터 26곳의 방역실태를 돌아봤다. 조사가 예고돼 있었음에도 조사에선 쿠팡의 부실한 방역실태가 드러났다. 26곳 중 11곳에선 부천 물류센터 집단감염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작업복·작업화 ‘돌려쓰기’가 여전했고, 12곳은 제대로 된 방역지침조차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정부의 후속조처는 꼼꼼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5일 쿠팡 쪽에서 후속조처 이행 결과를 제출받은 뒤 4곳만을 무작위로 선정해 표본조사를 진행했다. 나머지 22곳은 지적사항이 개선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24일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도 표본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히 덕평 물류센터의 검진 대상자 196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해당 물류센터의 노동자들은 ‘작업장 방역을 믿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2년째 덕평 물류센터에서 일한 ㄱ씨는 “식당 칸막이가 아크릴이 아닌 종이로 만들어졌고 크기도 작아 침방울을 막기 어려웠다. 식당 앞에서 줄을 설 때도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사 과정 자체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물류센터 점검에 한곳당 2~3시간만을 할애해, ‘점검 리스트’만 확인했을 뿐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환경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3만~4만평(9만~13만㎡)에 이르는 곳도 있어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 의원은 “합동점검반이 체크리스트를 갖고 들어가 보이는 것만 보고 나온 조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점검을 시행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방역 지침에 따라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부천 물류센터) 현장 검체 검수 결과 방한복과 방한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쿠팡은 전문업체를 통해 해당 방한복을 세탁·소독하며 사용하고 있다. 세척 및 소독한 방한복, 방한화는 바코드를 부착하여 언제 세척과 소독이 이루어졌는지도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쿠팡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자체 방역수칙을 수립하여 시행했다. 덕평 물류센터의 칸막이는 지난달 5일 칸막이의 높이를 높이기 위해 새롭게 아크릴 칸막이로 교체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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