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 노역을 했던 한아무개(가운데)씨와 사단법인 물망초 등 소송대리인 및 관계자들이 7일 오후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한 씨 등이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천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에 잡혀 노동력을 착취당한 국군 포로에게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국군포로 탈북자인 한아무개씨와 노아무개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북한과 김 위원장은 두 사람에게 각각 2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군 포로였던 두 사람은 1953년 전쟁이 끝난 뒤에도 본국에 송환되지 못했고 그해 9월부터 1956년 6월까지 33개월간 북한 내무성 건설대에 소속돼 탄광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노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2000~2001년 각각 탈북한 두 사람은 2016년 10월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강제노역 임금 1100만원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1천만원 등 1인당 2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에 소재하지 않는 북한 정부와 김 위원장에게 소송 서류를 전달하는 것부터가 관건이었다. 소송당사자들이 소송 관련 서류를 법원으로부터 받아야 재판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공시송달 방식으로 소송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사실을 법원 누리집이나 게시판 등에 알리고 두 달이 지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원고 대리인단은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조선중앙티브이(TV) 영상 등 북한 관련 저작물을 사용한 대가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지불했던 저작권료에서 배상금을 받아낼 계획이다. 그간 저작권료를 받아 북한으로 전달했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뒤 대북제재가 시행되자, 미송금된 저작권료 16억5200만원(2018년 5월 기준)을 법원에 공탁했다. 대리인단은 “법원 공탁금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두 사람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출석했던 한씨는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을 비롯해서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섭섭했다. 어쨌든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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