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 의식을 거치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 거부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대법원이 “병역 거부가 절박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유죄 취지의 판결을 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2018년 11월 이후 유사한 사건에서 유죄 취지로 판결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이씨는 2015년 11월 춘천시에 있는 102보충대에 입영하라는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일인 2015년 12월8일부터 3일이 지난 뒤에도 입영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은 이씨의 양심적 병역 거부가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여호와의 증인에 정식으로 입문하는 의식인 침례를 받진 않았지만 모태신앙이었다”며 정기적으로 신앙생활을 했고 병무청장에게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이 충분한 심리를 거치지 않은 채 이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구체적으로 여호와의 증인에 정식으로 입문하는 의식인 침례를 이씨가 아직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이씨가 침례를 받지 않은 경위와 신앙생활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점을 들며 “병역 거부가 실제로도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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