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방어선, 8개 사단이 함께 사수 ‘한국전쟁 4대 영웅’에도 이름 못 올려 실제보다 과장된 ‘6·25 전쟁영웅 신화’
간도특설대에 복무하고,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운 ‘백선엽 장군’의 모습. 한겨레TV
지난 10일 숨진 백선엽 장군에 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립니다.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독립군 토벌 전문부대) 복무 경력을 두고 한쪽에서 그를 ‘친일파’로 호명하면, 다른 쪽에서는 ‘그가 한국전쟁에서 세운 공이 잘못을 덮고도 남는다’고 반박합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VS ‘한국전쟁의 영웅’. 지나온 삶에 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백 장군은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권혁철 <한겨레> 논설위원의 설명을 들으면, 그의 친일 행적은 꽤나 구체적입니다. 먼저 2009년 11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5명 명단에는 ‘백선엽’이라는 이름 석 자가 분명히 적혀 있거든요. 보수 정부조차 그를 ‘친일파’로 공식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 친일반민족 행위 관련자 705명 명단에 포함된 백선엽 장군에 대해 설명하는 권혁철 <한겨레>논설위원. 한겨레TV
반면 ‘6·25 전쟁 당시 백 장군이 아니었다면 전세가 뒤바뀌었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를 전쟁영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그의 전공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다부동 전투’입니다. 우리 군은 파죽지세로 남하하는 북한군을 낙동강 최후 방어선에서 막아냈는데요, 다부동이 낙동강 방어선의 한 곳이었습니다. 다부동이 뚫리면 부산까지 위태로웠던 만큼, 이 곳을 지켜낸 그의 공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부동 뿐만 아니라, 마산과 영천까지 걸쳐있었던 ’낙동강 방어선’. 한겨레TV
문제는 ’신화’와 ’사실’의 경계입니다. 권 위원은 ‘논썰’에 나와 군 원로의 증언을 토대로 다부동 전투, 이와 맞물린 ‘백선엽 전쟁영웅 신화’가 사실에 견줘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짚었습니다. 예컨대 낙동강 전선에는 백선엽 장군이 이끈 국군 1사단만이 아니라 모두 8개의 사단이 함께 투입됐기에, ‘백 장군만’ 낙동강 전선을 지켰다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울러 전쟁 초기 개성 지역 38선 사수 임무를 맡은 백 장군(당시 대령)이 제대로 응전도 못하고 패주한 탓에, 서울 조기 함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군 원로의 증언도 소개했습니다.
백 장군을 둘러싼 논란과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의 과거, 과연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좀더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해주세요.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