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의혹 수사의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가 1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언 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 쪽이 한동훈 검사장과의 ‘부산 대화’ 녹취록 전문과 구속영장 일부를 21일 공개했다. 이 전 기자는 올해 2월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산 방문 취재차 부산고검에 들렀다가 후배인 백아무개 기자와 함께 한 검사장을 만났는데, 검찰은 이 자리에서 ‘협박 취재’의 얼개가 공유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전 기자 쪽은 녹취록 전체에서 관련 대화는 20%에 불과하다며, 통상적인 대화일 뿐 ‘협박성 취재’를 상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 전 기자 구속영장에서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의심하는 검찰의 논리를 엿볼 수 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에게 “피해자(이철 전 대표)의 형량 등을 언급하면서 ‘신라젠 사건 관련해 여권 인사들에 대해 취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 피해자와 그 가족을 압박해 유시민 등에 대한 범죄정보를 얻고자 한다는 사실, 이를 위해 피해자에게 편지를 썼고 그 가족을 찾아다닌다는 사실’ 등 피해자를 취재하는 목적과 방법, 그동안의 경과 등을 말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이에 한 검사장이 ‘그런 거는 해볼 만하다, 그런 거 하다가 한두개 걸리면 된다’고 말하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을 만나기 일주일 전인 2월6일 채널에이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이철은 유시민 등 여권 인사와 친분이 깊어. 목표는 ‘징역 12년은 재기불능, 당신은 정권의 희생양’이라는 식으로 일가족을 설득해서 유시민 등 정치인들에게 뿌린 돈과 장부를 받는 것”이라는 글을 공유했다고도 밝혔다.
반면 이 전 기자 쪽은 검찰의 논리가 녹취록을 ‘편집’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주가조작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의혹을 후배 기자가 취재하고 있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답했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고 말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한 뒤 말을 돌렸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 쪽은 “‘신라젠 사건 관련 여권 인사들’만을 (표적으로) 취재 중이라고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해볼 만하다”는 한 검사장 발언도 “유시민이 신라젠에서 축사를 한 의혹이 언론에 불거졌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에 대해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다”고 말한 것도 이 전 기자 쪽이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일자 녹취록 전문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안과 관련성 있는 내용 중 일부 대화가 축약되거나, (한 검사장이) 기자들의 취재 계획에 동조한 취지의 언급이 일부 누락되는 등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의도적으로 누락·축약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재반박했다. 양쪽의 공방은 24일로 예정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도 위원회 참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