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형사부가 ‘검·언 유착’ 의혹 수사 및 기소 타당성을 논의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의견서 제출을 시도하고 있다. 의견 표명 권한이 없는 대검이 수사심의위를 앞두고 규정을 어기면서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형사부의 과장급 이하 검사들은 이날 수사심의위에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이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검은 24일 수사심의위가 이를 허용하면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검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을 보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주체는 심의 대상 사건의 주임검사와 ‘사건관계인’(고소인, 기관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및 대리인과 변호인)으로 제한돼 있다.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와 피해자 격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피의자인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쪽만 수사심의위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검 형사부는 운영지침 ‘14조 4항’과 ‘14조의2’를 들어 의견서 제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안위원회는 질의시간 등 회의 진행과 관련된 사항을 자율적으로 결정”(14조 4항)하고, “현안위원회는 심의에 필요한 경우 전문가 등 사건관계인이 아닌 자로부터 심의사항에 관련된 자료 등을 제출받을 수 있다”(14조의2)는 조항을 근거로 댄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대검 형사부가 무리하게 끌어다가 의견서 제출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대검 형사부가 제출하려는 의견서에는 이 전 기자 등에게 강요미수죄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견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형사1과는 이미 지난달 초 수사팀이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며 대검에 승인을 요청했을 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7일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심의위가 대검 형사부의 의견서 제출을 허용하면,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수사팀과 이를 반대하는 대검 형사부 의견서가 동시에 심의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부 이견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의견서 제출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수사심의위를 만들어놓고 스스로 규정을 비틀어 제도 자체를 ‘희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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