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3차장검사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언 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직접 출석해 ‘이번 수사는 정권에 반대한 수사를 진행한 자신에 대한 보복’이라는 취지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내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 등을 지휘했다. 한 검사장은 이어 “저는 이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하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제가 위원님들께 호소드리는 것은, 지금 이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주십사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그렇게 해주시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한 검사장은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비리 관련 제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공모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수사심의위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 의결 뒤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