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 간장소스를 붓으로 발라야 하는 걸까, 아니면 분무기로 뿌리는 게 나을까. 간장치킨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스 도포 방법을 놓고 본사와 가맹점주의 신경전이 소송으로 비화됐다.
2002년 9월부터 대구에서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을 운영해온 임아무개씨는 2016년 4월 본사와 가맹계약을 종료해야만 했다. 본사가 제시한 가맹계약 갱신 거절 사유는 ‘조리법 위반’이었다. 본사는 분무기를 이용해 치킨에 간장소스를 입히는 임씨의 방식을 문제 삼았다. 본사는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소스 도포용 붓 2개를 공급했으며 “간장소스는 너무 많이 ‘바르면’ 짜다”는 조리매뉴얼 9항을 들어 “소스는 붓으로 발라야 한다”며 임씨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씨는 “분무기를 사용한 결과 양념이 더 골고루 스며들고 맛이 좋아졌다”며 이를 거부했다.
급기야 본사는 2016년 4월 임직원 등이 모인 자리에서 간장소스를 붓으로 바른 치킨과 분무기로 뿌린 치킨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고 “붓으로 바른 치킨이 호식이두마리치킨만의 고유한 맛을 낸다”는 결과를 얻었다. 본사는 임씨에게 2차 시정요구를 했지만 임씨가 거듭 거부하자 가맹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임씨는 “조리 매뉴얼에 반드시 붓으로 간장소스를 도포하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본사가 이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해 손해를 입었다”며 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조리매뉴얼 상 간장소스는 붓으로 바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가맹계약 거절 통보는 불공정 거래행위라고 판단해 본사가 임씨에게 2천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부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심 또한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양쪽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임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한 지역에서 약 12년에 걸쳐 영업을 해오던 임씨가 본사의 계약갱신거절 행위로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지만, 본사가 손해를 입을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이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