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변호인단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연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변희수씨가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사회 정의를 얻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뒤 육군에서 강제 전역된 변희수 전 하사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그러나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손은 이따금 떨렸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변 전 하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실망감을 표하면서도 혐오를 이길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오전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등 21개 단체가 모여 만든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대전지방법원에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군이 밝힌 전역 사유는 성확정수술 단 하나다. 본인 성적 정체성을 추구하기 위한 치료 행위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위헌적 판단이라는 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복 대신 하얀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변 전 하사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변 전 하사는 “지난 6월 육군본부의 전역처분 취소 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은 일상을 찾아가던 저를 다시 충격에 빠트렸다.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변 전 하사는 최근 일어난 신촌역 성소수자 광고 훼손과 지난 2월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입학 포기 사례를 거론하면서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을 걸었지만 성소수자 인권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다르지 않다. 성소수자는 ‘사람’에 포함되는 게 아닌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변 전 하사는 “그럼에도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하고 관련 청원에 참여하는 대한민국 시민사회를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공대위는 유방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전역됐다가 법정 소송 끝에 복직한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의 사례를 들며 행정소송 승소에 자신감을 보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피 전 처장은 유방암으로 유방제거수술을 한 뒤 심신장애 사유로 2006년 전역처분을 당했지만 복직 판결이 신속하게 이뤄져 2008년 복귀했다. 1심 승소 뒤에도 군이 재판부 기일 신청 미루며 복직을 막으려 했지만 2심 사법부가 군을 꾸짖으며 판결을 그대로 이어갔다”며 “변 전 하사 사례도 피 전 처장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소장은 “결국 전차 운전 등 숙련된 기술을 갖고 계속 복무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소송에 패소하면 우리 법원이 국제적인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미 공동변호인단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도 “성소수자를 전역시키는 근거 법령이 없다. 무리한 처분인만큼 법원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11일부터 변 전 하사의 복직을 위한 전역처분 취소 탄원운동을 개시했다. 탄원서는 온라인을 통해 모집하며 법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공대위는 “변 전 하사는 전차조종수로 멋지게 복직할 것이다. 성소수자의 삶이 거부되지 않고 부정당하지 않으며 혐오받지 않는 세상을 위한 사법부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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