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검찰 수사심의위원’ 로또처럼 뽑으니 공정하다고?

등록 2020-08-17 07:59수정 2020-08-17 09:10

[더친절한기자들]
‘검찰 자의’로 운영된다는 참여연대
‘무작위 선정’ 검찰 관여 없다는 대검
깜깜이 심의, 회피 규정 등 본질 비껴가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 유착' 의혹 수사심의위 주재를 위해 청사로 들어가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 유착' 의혹 수사심의위 주재를 위해 청사로 들어가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3일 참여연대와 대검찰청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운영의 공정성 문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참여연대가 수사심의위 운영에 관해 대검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은 뒤 “검찰총장 입맛대로 운영되는 수사심의위”라고 못박은 보도자료를 내자, 대검 기획조정부가 반박 입장을 낸 것입니다. 시민단체의 입장에 대검이 발끈해 직접 반박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수사중단 결정 뒤 ‘뜨거운 감자’가 된 수사심의위를 두고 이들이 왜 공방을 벌였는지 살펴봤습니다.

■ 참여연대 “검찰 자의로 운영돼” vs 대검 “검찰 개입 여지 없어”

발단은 지난달 29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대검에 보낸 공개 질의서입니다. 참여연대는 질의서에서 수사심의위가 “외부인사를 참여시킨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검찰이 결정한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여론무마용 기구를 만들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며, 대검에 수사심의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에 대검은 지난 7일 참여연대에 답변을 보냈고, 답변 내용을 검토한 참여연대는 13일 “수사심의위가 검찰의 자의적 판단과 의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냅니다. 대검 기조부는 이날 오후 반박자료를 내어 수사심의위의 위원 구성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검찰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며 “검찰이 필요한 경우에만 여론무마용으로 활용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 수사심의의원 무작위로 추첨한다한들

공방은 핵심은 ‘위원 구성’ 과정에 있습니다. 2018년 1월 출범할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위촉한 수사심의위원은 모두 250명이었습니다. 이들의 임기는 2020년 1월 만료됐고, 검찰은 재위촉을 희망하지 않는 일부 위원들을 제외하고 다른 위원들은 그대로 유지해 현재는 243명이 수사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수사심의위원은 변호사, 법학교수, 시민단체·종교·기타전문직, 비법학교수·언론인·퇴직공직자 등 직역별 4그룹이라고 합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소집을 요청하거나, 또는 사건관계인이 신청한 뒤 부의심의위원회가 소집 필요성 있다고 판단할 때 소집됩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50명의 수사심의위원을 ‘검찰총장’이 위촉한다는 점, 그리고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검찰(총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소집되며, 여론을 무마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재용 사건과 ‘검-언 유착’ 사건 등 사건관계인이 신청한 경우에도 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소집이 이뤄진 것이라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게 참여연대의 결론입니다.

현 제도상으로 수사심의위가 검찰총장의 직권으로 소집될 수 있기 때문에, 여론을 통한 수사정당성 확보 등 부적절한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어느정도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사건과 ’검-언 유착‘ 사건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삼성 불법 승계 수사‘의 수사심의위는 피의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신청으로 소집이 결정됐습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의기투합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상황에서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가 의결됐습니다. 신청도 결정도 모두 검찰의 뜻과 반대로 이뤄진 셈입니다.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심의의 최초 신청인은 피해자격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입니다.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추진을 지휘권으로 막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은 “수사심의위가 더 적합하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소집 신청부터 그 결과까지 ‘검찰(총장)의 뜻대로’ 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셈입니다.

지난 13일 참여연대가 낸 성명.
지난 13일 참여연대가 낸 성명.

■ 삼성 불법승계 수사 비판한 교수 수사심의 참여 ‘구멍’

‘수사심의위 위원 구성’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대검의 해명도 미진합니다. 이번 답변서와 반박 입장문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수사심의위 구성이 상대적으로 자세히 드러나 있습니다.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되면, 해당 검찰청 검찰시민위원 2명의 입회하에 수사심의위원장이 4개의 그룹별로 마련된 4개의 추첨기에서 공을 무작위로 뽑는 방식으로 현안위원 15명을 골라낸다고 합니다. 대검은 표현을 빌리자면 “로또 기계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그러면서 대검은 “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소집, 심의의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정은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므로 검찰이 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안위원 선정의 ‘무작위성’이 심의의 ‘공정성’으로 직결되는 게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삼성 불법 승계 수사를 비판한 바 있는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 삼성 사건을 심의하는 15명의 현안위원 중 한 명으로 추첨이 됐습니다. (관련기사 : [단독] 삼바 불법 없다는 김병연 교수, 수사심의위 참여했다) 위원 구성도 30분 전에야 주임검사와 신청인에게 통보돼, 김 교수를 배제할 기회도 사실상 없었습니다.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한 양창수 위원장도 언론 보도를 통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고등학교 동창)이나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무죄 판결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심의위에 그대로 참여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관련기사 : 편법 승계에 면죄부 줬던 양창수…‘이재용 수사심의위’ 위원장 논란) “총장 입맛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공정하게 운영되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런데도 대검은 “위원명단 공개 시 사건관계인 쪽으로부터 사전 사후에 로비나 부적절한 접촉이 우려되고, 심의과정 공개 시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위원명단과 논의내용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위 위원으로 수사심의위 도입에 관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판사처럼 신분 보장이 되는 이들도 아니다 보니 익명성이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익명성이 무책임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위원회 결과에 근거조차 남기지 않아도 되는 회의라면 더욱 그렇다”고 꼬집었습니다.

■ 대검 “전반적인 개선방안 검토하겠다”

핵심을 비껴간 이번 공방에서 그나마 소득이라면 대검이 “향후 위와 같은 문제 제기를 포함해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참여연대의 문제의식에도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14일에 낸 입장문에서 “수사심의위의 심의대상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라고 모호하고 애매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적절한 지적입니다. 이 부회장의 삼성 불법 승계 의혹과 같은 복잡한 경제범죄는 한나절 토론과 심의의 대상으로 부적절한 데도, 운영지침에는 이러한 소집 신청을 걸러낼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판단하는 부의심의위도 형식적으로 운영됐습니다. ‘깜깜이’로 운영되는 수사심의위가 애초 목표로 했던 ‘검찰의 기소독점권 견제’보다는 ‘여론전과 불공정 운영 논란’을 부른다는 점은 최근의 논란으로 거듭 증명됐습니다. 서로 공방까지 주고받은 대검과 시민사회가 애초 취지에 맞는 제도 보완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