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재 사랑제일교회 자문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로 들어가는 골목길에서 열린 서울시의 전광훈 목사 고발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의 자가격리 의무 위반 반박, 허위사실 유포 등을 주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한 간부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한 자가격리 조처가 잘못됐다”며 방역당국을 비판한 지 반나절도 안 돼 전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의협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도를 넘은 정치적 행보로 전문가로서 자신뿐 아니라 단체의 위상까지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의협 부회장을 지낸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교회 쪽의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나 사랑제일교회 신자들의 자가격리는 자가격리자 분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질병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확진자와) 1m 이내 15분 이상 접촉했을 때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전 목사가 확진자와 접촉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의협의 지부 격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주장은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와 교회 쪽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기 시작한 12일 직전까지도 전 목사는 수십명의 신자 앞에서 두시간씩 설교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1m 이내 15분 접촉’ 기준은 다섯달 전인 3월2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내용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접촉 기준은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최근 방역당국 지침은 현장 역학조사관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고,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동시간대에 확진자와 같은 장소를 이용하면 자가격리 대상으로 분류한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현안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협 내부에서조차 이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의협 관계자는 “최근까지 9번의 코로나19 대응지침이 개정됐는데 한참 전의 기준을 갖고 나와 전 목사가 격리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황당했다. 의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내용들을 이야기했지만 달리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 회장은 “전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격리 대상자는 아니었던 게 맞다. 공정한 원칙에 따라 방역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랑제일교회에 대해선 방역이 정치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