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환자 이송을 마치고 돌아온 한 의료인이 방호복을 벗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발 코로나19 재확산 위기로 방역의 최전선인 전국 선별진료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8일 하루 8572명을 기록한 전국 코로나19 검사자 수가 19일 1만8022명으로 갑절 넘게 늘었다.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 육박한 19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 감염 확산이 전국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가 다음날 신규 확진자 숫자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일 이후엔 신규 확진자 증가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닷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세자릿수를 기록한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50m가량 줄지어 있었다. 이날 오전에만 160명이 종로구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오늘 꼭 검사받아야 하는데….” 곳곳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기자들은 한낮 땡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초조한 눈빛으로 마스크를 고쳐 썼다. 검사를 하는 보건소 직원들은 방호복 안에서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6개월 남짓 계속돼 무뎌졌던 긴장감이 다시 팽팽해진 듯했다. 장기간의 방역에 따른 피로감은 이곳에서만큼은 사치로 느껴졌다.
지난 15일 전국에서 참가자가 모여든 광화문 집회 때문에 수도권 재확산의 중심에 선 종로구보건소는 18일 북새통을 이뤘다. 보건소 관계자는 “광화문에 인접한 주민과 회사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불안으로 15일 이후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취재한 기자는 검사를 받기 위해 이튿날 종로구보건소를 찾았다. 오전 11시께 보건소에 도착해 번호표를 받았지만, 4시간 뒤인 오후 3시20분이 돼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어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보건소 관계자는 이후에 온 시민들을 돌려보냈다. 이날 종로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이들만 247명에 이른다. 종로구보건소 쪽은 앞서 12~16일까진 검사자가 50명대 수준이었지만 집회 뒤인 17일부터 검사자가 세자릿수로 뛰었다고 밝혔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의료진이 냉방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다른 자치구의 보건소 선별진료소에도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한겨레>가 서울시 8개 자치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사자 현황을 살펴보니, 서울시내 신규 확진자가 20명을 넘어섰던 13일에 견줘 18일 검사자는 3배에서 많게는 9.8배까지 늘었다. 사랑제일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12일 이후 검사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성북구의 선별진료소 검사자 수는 13일 86명에서 18일 260명으로, 인접한 강북구의 검사자 수는 같은 기간 43명에서 423명으로 늘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이 휴일도 없이 일해 지친 상황에서 최근 검사자가 급증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종합병원 선별진료소 역시 지난달에 견줘 검사량이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상황이 비슷하다.
검사자 수가 폭증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자 이날 서울시는 “검사 수요가 많은 성북구, 중랑구 등 보건소의 운영시간을 확대하고 필요시 임시진료소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강재구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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