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 재판이 열린 지난 6월1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연대의 의미로 끈을 잇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조씨를 비롯한 온라인 성착취 가해자들을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 심리로 열린 ‘박사방’ 공범 한아무개(26)씨의 다섯번째 재판에 운영자 조주빈(24)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박사방’ 관련 재판이 피해자의 2차 피해 등을 고려해 대체로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씨의 증언이 법정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경찰과 함께 마약·보이스피싱 사범을 잡고 보육원과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조씨가 범행을 시작한 것은 돈 때문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씨는 성착취물 피해자들에게 새끼손가락을 들고 사진을 찍게 하거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게 했는데, 이는 ‘박사’가 직접 제작한 영상이라는 ‘인증’이었다고 합니다. 성착취물 제작 주체가 알려지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랐습니다. 조씨는 “어리석게도 검거되지 않을 거라 자신했고, 돈을 벌 목적으로 제가 만든 음란물을 ‘브랜드화’하려 했다”며 충격적인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인 한씨는 조씨의 제안을 받고 오프라인에서 미성년자 여성을 직접 만나 성관계를 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조씨는 성관계를 암시하는 ‘스폰서 아르바이트’를 전제로 피해자에게 돈을 준다고 속여 한씨와 성관계를 하게 한 뒤 이 영상을 유포했습니다. 조씨는 ‘박사방’을 운영하며 이런 모임을 두차례 했다고 밝혔습니다. “일상적으로 ‘오프 만남’을 제안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조씨는 “‘밥 한 끼 먹을래?’처럼 ‘오프 한 번 할래?’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되는 장난을 건넸다”고 답했습니다. 조씨가 이런 만남을 시작하게 된 것은 더 자극적인 성착취물을 제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사’의 영상이 엔(n)번방 최초 개설자인 ‘갓갓’의 영상보다 자극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자 남성을 보내 피해 여성과 직접 만나게 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이어 ‘한씨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조씨는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면, 저는 이 사건을 해석하는 데 있어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조씨는 또 다른 공범의 나이를 예로 들며 “‘태평양’은 17살이고 피해자는 18살”이라며 “(사회가 미성년자) 피의자를 볼 때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보지만 또래가 피해자가 되면 돈이나 사회가 뭔지 모르는 존재로 본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러면서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진짜 해결하고 싶으면 다르게 봐야 한다”며 훈수까지 뒀습니다.
조씨가 재판부에 낸 반성문은 2일까지 모두 79건입니다. 특히 공판준비 절차가 끝난 뒤인 5월19일부터는 평일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반성문을 썼습니다. 한씨의 재판이 열린 1일에도 조씨는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과거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을 ‘진지한 반성’으로 간주해 형량을 깎아주는 일이 잦았습니다. 하지만 한씨의 재판에서 공개된 조씨의 증언을 봤을 때 그가 낸 반성문에 얼마나 ‘진지한 반성’이 담겼을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당시 제 양심이 망가져 있었고 제어할 수 없어” 스스로 범행을 멈추지 못했다던 조씨의 양심만 그 진정성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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