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맨 왼쪽)할머니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일본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이 11월께 마무리된다. 최종변론을 앞두고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법정에 나와 피해 사실을 증언할 예정이다.
9일 손해배상 소송 재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는 오는 11월11일 최종 변론기을 열기로 결정했다. 2016년 12월 소송을 제기한 뒤 약 4년 만이다. 최종 변론기일에는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로서 증언을 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다.
이날 재판에는 백범석 경희대학교 부교수(국제인권법 전공)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백 교수는 위안부 문제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국가(주권)면제론’이 적용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면제론은 국가의 주권행위에 대해 다른 국가에서 재판받는 것을 면제한다는 논리로, 현재 일본정부가 소송에 무대응하며 방패로 삼는 이론이다. 그러나 백 교수는 “19세기 초부터 대다수 국가가 제한적 주권면제론을 적용해 예외를 인정해왔다”며 “주권면제는 ‘권리’가 아닌 ‘특권’으로, 그것이 명백한 부정의를 야기하면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또 “주권면제를 인정하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구제방법을 피해자가 갖고 있지 않다”며 “심각한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다른 구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최소한 피해자의 사법에 접근할 권리, 자국(한국) 법원에서 재판으로 구제받을 권리는 오늘날 국제관습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번 소송의 국제법적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주권면제의 예외와 제한은 대부분 개별 국가의 입법과 법원 판결을 통해 변화해왔다”며 “어쩌면 하나의, 때로는 고립된 국내 법원 판결을 통해 국제사회의 주류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를 위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상대국과 합의하는 방법도 있다”며 협상 등을 통한 외교적 보호권 행사 방법이 있는지도 물었다. 일본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국가 간 합의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한지를 살핀 것이다. 이에 백 교수는 이미 2011년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국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고 한 판단을 예로 들며 “헌재 결정대로 (국가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이는 국제인권법에 반한다”며 “기본적으로 배상과 구제책을 마련해야 외교적 보호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재판부가 “2011년 헌재 결정 이후 여러 논란이 되는 2015년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가 있었다”고 지적하자 백 교수는 “한국 외교부와 일본이 밝혔듯 (위안부 합의는) 정치적 합의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답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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