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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표현의 자유냐, 인격권 침해냐…‘사실적시 명예훼손’ 헌재 공개변론

등록 2020-09-10 18:27수정 2020-09-10 18:53

“미투 피해자, 처벌 두려워 문제제기 못 해”
“현행 법적 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있어”
형법 307조 1항 위헌 여부 놓고 팽팽
헌법재판소는 9월10일 대심판정에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사건(2017헌마1113) 변론을 열고, 청구인과 법무부쪽의 의견을 청취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는 9월10일 대심판정에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사건(2017헌마1113) 변론을 열고, 청구인과 법무부쪽의 의견을 청취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진실을 고지한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계속 처벌해야 할까. 최근 성범죄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를 가해자가 역고소하는 일이 빈번해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10일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헌법소원 청구인 쪽은 ‘미투 운동에서의 피해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1항)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개인의 인격권 침해’를 강조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맞섰다.

헌법소원을 낸 이아무개씨는 2017년 8월 수술을 받은 반려견이 실명 위기에 처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의사의 부당 진료를 알리려 했다. 하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자 해당 법조항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객관적인 진실을 밝혔더라도 상대방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처벌하도록 규정한 법조항이 옳은지를 놓고 법조계에선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들과 이들을 돕는 단체를 상대로 가해자들이 명예훼손죄를 악용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범죄자 혐의자 신상공개에 나선 ‘디지털교도소’도 성범죄 혐의가 사실이어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하다.

이씨쪽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재중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투 사건처럼 ‘명예가 훼손됐다’며 가해자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쉽다”며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한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는 게 민주적인 사회인데 피해자가 형사처벌이 두려워 문제 제기를 못 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 현상을 거치며 국회가 (법 개정의) 필요성을 배웠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쪽 참고인인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오해하고 있다. 억울한 상황을 폭로하고 사실을 적시해 반응하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민·형사재판 고소·고발 등 현행 법적 시스템으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억울하다며 비판하고 망신주기식 폭로를 하긴 쉽지만 헌법재판소가 그 길을 열어줘선 안 된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라는 기본권의 충돌을 놓고도 양쪽은 팽팽하게 맞섰다. 이씨 쪽 대리인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는 죄가 돼선 안 된다”며 “행동의 자유가 있듯 인간은 진실을 말할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무부 쪽 대리인은 “개인의 사생활 공개와 같은 인격권 침해는 그 자체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는 시대와 국민의 법감정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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