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 어린이책의 일종인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여성가족부가 초등학생용 성교육 교재를 선정했다가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자 번복한 데 이어, 일부 공공도서관에서도 ‘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이 책들의 검색과 대출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혐오세력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구로구청 산하 구립도서관 9곳은 여가부가 초등학생 성교육 교재로 선정한 ‘나다움을 찾는 어린이책’ 7종을 지난달 28일 모두 대출 금지했다. 현재 이 책들은 도서관 누리집에서 검색되지 않고 도서관의 일반 서가에서도 빠진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노원평생학습관도 최근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등 5종의 대출을 금지했다. ‘민원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성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성관계와 출산을 설명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등은 “내용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동성 간의 사랑을 비롯한 여러 사랑의 모습을 설명한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등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노원평생학습관 관계자는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타당하다고 보는 책을 소장하는 곳”이라며 “다른 작가들이 ‘도서관에서 특별히 관리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려왔다. 책 내용이 동성애 편향적이고 그림이 노골적이라 따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구로구 관계자도 “‘선정적인 책이 있다’는 민원들이 들어왔다. 공개 여부를 검토하려 검색을 막았다”고 밝혔다.
공공도서관이 특정 도서의 검색이나 대출을 막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공공도서관 사서는 “책이 훼손돼 수리하거나 시스템상 등록 오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출 불가로 돌려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도서를 펴낸 한 출판사의 편집장은 “공공도서관이 고작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권과 성을 가르치는 책을 ‘금서’로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혐오세력의 논리에 무릎 꿇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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