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 후보자 때와 당선 이후에 신고된 재산에 현격한 차이가 드러난 국회의원들이 허위 재산신고 논란에 휘말렸다. 이들은 재산신고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의 재산 누락 고의성 여부를 확인한 뒤 고발이나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허위 재산신고는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범죄로, 고의성이 입증되면 당선무효까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1대 초선 국회의원들의 당선 전후 재산신고액 변동을 조사한 결과 평균 10억원이 늘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늘어난 사람은 전봉민 의원(국민의힘)으로 후보 시절 48억1400만원을 신고했으나 당선 뒤에는 914억1400만원으로 무려 866억원이 늘어났다. 한무경(국민의힘)·이상직(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각 288억여원, 172억여원이 늘었다. 이들은 ‘비상장주식의 재평가’를 주된 증가 사유로 들었다.
재산 축소신고는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당선을 목적으로 후보자가 재산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허위사실공표죄에서는 ‘고의성’ 여부가 형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법원은 사건 당사자가 실수로 재산을 누락한 것인지,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로 재산을 신고했는지 판단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공시지가 9900만원의 토지 지분 10%를 갖고 있었지만 ‘재산이 없다’고 신고해 2012년 12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재산 누락 사실을 접하자 선관위에 수정을 문의했고 △티브이(TV) 후보 토론회에서 관련 내용을 해명한 점을 들며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고의성 판단을 달리해 기사회생한 것이다. 반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1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신고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윤종서 전 부산 중구청장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재산신고 누락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수정하지 않은 점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고의성이 입증됐지만 당선무효가 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염동열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부동산 재산을 공시지가보다 약 13억원 축소 신고해 기소됐지만,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했다. 법원은 “당선될 목적으로 토지 재산가액이 축소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도 “담당 비서의 착오로 재산이 축소된 경위를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허위사실공표죄 중에서도 흑색선전을 했거나 경력·학력 등을 허위로 신고한 경우 법원에서 엄격하게 다루지만, 재산 누락으로 인한 문제는 처벌 강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