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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교수 성폭행 ‘무고’ 제자 무죄 판단…“위계 관계”

등록 2020-09-17 14:46수정 2020-09-18 02:45

“논문지도교수에 성폭행 당해” 고소
1·2심 “내연관계로 인정된다” 유죄
대법 “중첩된 위계적 관계” 무죄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박사논문 지도교수에게 수차례 성폭행 당했다’며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성에게 대법원이 “고소사실에 진실성이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김아무개씨는 2016년 11월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최아무개 교수를 고소했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2013년 2월 전문상담사 수련을 하면서 최 교수를 처음 알게 됐고 개인 상담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듬해부터 최 교수가 재직 중인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런데 김씨는 고소장을 제출한 지 두 달 뒤인 2017년 1월 돌연 고소를 취소했다. 경찰 조사에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하고 최 교수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은 2017년 5월 “최씨가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데 이어 2018년 1월 김씨를 무고죄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도중 내연관계로 추정되는 증거들이 발견되자, 김씨는 “그루밍에 빠져 항거불능의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심은 고소장 제출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두 사람이 내연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무고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최초 성폭행 날짜 및 장소와 관련된 진술을 변경하고 △두 사람 간 내연관계를 알아차린 최 교수 부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뒤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패소해 판결이 확정됐고 △최 교수에게 “무지 보고싶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지적하며 “(최씨가) 본인을 강간하거나, 자신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간음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로 고소했기에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심도 김씨가 “그루밍 당했다”며 제출한 심리학적 보고서와 진단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 양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징역 1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해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은 수련지도사와 수련생,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의 관계로 3중의 중첩된 관계를 맺게 돼 위계적 관계였고 김씨는 최 교수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서로 합의하고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성폭력 범죄가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임을 고려해 “최 교수가 성폭행했다는 고소사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고소사실에 나름의 진실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에도 과거 최 교수 부인이 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결과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미 김씨가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고 아내 입장에선 두 사람이 부정행위를 한 것은 변함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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